결혼식을 마치고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한 신혼 여행지에서 한서연과 윤승우는 영원한 이별을 했다.
"난 네가 결혼 전이라도 아기를 가졌으면 했다."
"네!?"
"네가 너무 예뻐서. 혹시 달아나버릴 것 같았다."
"어머님."
"지금은 그녀석 닮은 아이를 못 봐서 아쉽기는 하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
"오빠, 우리 여행 언제 가?"
"결혼하면 신혼여행 가잖아."
"길게는 아니더라도 보통 커플처럼 1박 2일 가까운 데로 가자."
"여행 가면 뭐 하는데?"
"사진도 찍고 맛있는 것도 먹고.
같이 있는 게 좋은 거지."
"지금도 같이 있잖아."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어!?.."
"그냥 하루 종일 같이 있고 싶다고."
승우는 가만히 서연이 말하는 것만 보고 있었다.
결혼을 약속한 사이지만 함부로 하고 싶지 않다는 것도 알고, 혹시 모를 일을 걱정하는 것도 알지만 서연은 두 사람이 함께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승우는 서연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면서도 피하려고만 했다.
서연도 그 이유를 대충 짐작하기에 더 길게 말하지 않았다.
승우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온 편모 가정의 외동이었다.
태어나서도 아버지의 기억이 없기에 아버지의 역할을 늘 고민했다.
"내가 아빠가 되면 어떨까,?"
"내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성장 단계에 따라 순간순간 아버지의 역할과 훈육이 필요할 때마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몫까지 해내야 했다.
직접 보고 듣는 것이 가장 큰 교육인데 승우에게는 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서연과 결혼을 결심한 것은 서연의 아버지를 만나고 나서였다.
전형적인 무뚝뚝한 한국의 아버지였지만 승우에게는 너무나도 절실하게 그리워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서연의 아버지가 그런 승우를 품 안으로 가득 품으셨다.
"서연아, 너는 이제 내 딸이야.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오빠가 없는데 어떻게요,."
"승우는 이만큼이었던 거야. 그동안 나는 너와 승우가 함께 해서 참 좋았다. 그래서 함께 하지 못 해도 행복했으면 좋겠어."
"어머님."
"다 잊으라는 거 아니야. 살아야 하잖아. 나도 그렇고 또 너도 그렇고. 물론 힘든 일도 많았지만 승우가 있어서 행복했다. 그래서 어떻게 살아갈지, 지난 3년을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살아 있잖니. 가끔 TV를 보며 웃을 때도 있고 문득 한 술 뜬 국물에 맛있다 하기도 하고."
"....."
"그러니 우리는 살아야 해. 그러다가 못 견디게 보고 싶으면 실컷 울면 되지. 이 정도는 그 녀석도 어쩌지 못할 거야."
승우 어머니는 조금 전 나왔던 문 쪽을 한번 쳐다보고 저 멀리 푸른 하늘을 야속한 듯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