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보다는 에세이처럼 5

오렌지빛 노을 너머

by 봄비가을바람
"그는 노을을 좋아했다. 특히 바다 수평선 멀리 오렌지빛 물을 들이고 빠져들어가는 바다 위로 지는 노을을 좋아했다.
그래서 마지막 인사도 없이 바다로 달려갔을까.
이별에도 예의가 있다면 그는 참으로 무례하게 이별을 고했다.
옷깃을 붙잡고 애원을 해봐도 그는 이미 싸늘하게 식은 주검으로 돌아섰다.
사는 동안 단 한순간도 크게 욕심부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도 지나친 탐욕과 다른 이의 것을 강탈하는 큰 죄는 짓지 않았기에 감히 바랐었다.
매일 밤 꿈속에서라도 만나 못다 한 이별의 말이라도 할 수 있게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바다 깊은 곳에서 유영하고 있을 그는 단 한 번도 머리맡 그늘로 앉아 밤 인사도 전하지 않았다.

<오렌지빛 향기 중에서, 한서연>




이하진은 컴퓨터 화면 속 깜빡이는 한서연의 에세이가 자신을 향해 손짓하는 것 같았다.

여자에 대한 남자의 관심이 아니라 준비 없는 이별로 아파하는 위로받고 싶은 사람에 대한 연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 한서연의 모습을 보고 하진은 흔들리는 자신에게 당황스러웠다.

처음 에세이를 읽고 눈물 흘리는 한서연의 모습이 상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본 한서연이 울고 있는 모습에서 연민을 넘어서 곁에서 안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보세요."

"이하진입니다."

"네."

"어제 서연 씨, 잘 들어갔나 해서요."

하진은 서연 생각에 한참 망설이다가 친구 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잘 들어갔어요. 그런데.. 오늘이 승우 오빠 기일이라 오늘이 어쩜 더 엉망일 것 같네요."

"그러네요. 오늘이 기일이네요."

"언제 얘기할 거예요?"

"네!?"

지수는 서연이 걱정되면서도 하진 역시 좀 답답했다.

"서연 씨는 기억 못 하는 것 같은데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네. 그렇지만.. 참, 두 사람 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괜히 만나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지수 씨, 미안해요."



"뭐야!? 아까 밖에 무슨 일 있었어?"

"어떤 사람이 물에 빠졌는데 구하러 들어간 사람만 사망했대. 처음 물에 빠진 사람은 살고. 참, 무슨 이런 일이 다 있지."

"왜!?"

"사망한 사람이 어제 우리 가게 저녁 손님이었거든. 결혼한 지 3일 된 신혼부부인데 어쩌냐."

친구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가게 밖으로 눈을 돌리는 순간, 신혼부부 중 남은 신부가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막 해가 기울어 바다 위로 오렌지빛 노을이 물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점점 노을이 붉은 기운을 더할 즈음 그녀가 바다 쪽 물살을 한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하진은 등 쪽이 서늘해지는 것이 뭔가 일이 생길 것 같은 불길한 생각에 눈과 걸음을 그녀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옮겼다.

잠시 후, 그녀가 천천히 바다 쪽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가고 있었다.

하진도 느린 걸음을 재촉해서 그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진아!"











<출처/Pixabay>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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