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보다는 에세이처럼 2

오렌지빛 향기

by 봄비가을바람

"많이 기다리셨지요? 죄송합니다. 가게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좀 늦었습니다."

"아, 아니.."

"좀 늦으셨네요. 약속 잡은 사람이 먼저 나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서연을 제치고 지수가 하진을 향해 쏘아붙였다.

늦은 건 서연도 마찬가지라 왠지 좀 미안했다.



"에세이를 쓰고 싶으시다고요?"

"네. 맞습니다."

"직접 쓰셔도 될 것 같은데 굳이 왜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시는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런 지 가끔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본 제 모습이 알고 싶습니다."

"그럼, 하필 왜 제게 부탁하시는지. 지수 말로는 직접 저를 택했다고 하시던데요?"

"한서연 씨가 공모전에서 당선된 에세이를 봤습니다. 그걸 읽고 한서연 씨를 한번 만나고 싶었습니다."

<오렌지빛 향기>

서연이 공모전에서 처음으로 당선된 에세이.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잘 못 하는 사람이 있다.

더구나 아픈 이야기는 반으로 줄어든다고 설득해도 마음속 깊이 꼭꼭 숨기고 내놓지 못한다.

서연이 그랬다.

그리움으로 피멍이 든 가슴은 더욱더 내 보일 수 없었다.

행복이라는 것이 늘 자신만을 비켜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살아야 했기에 꺼내어 눈에 보이면 무너질까 봐 점점 더 깊이깊이 묻어야 했다.

그러나 묻어 놓은 아픔은 비바람에 덮인 흙이 흩어지고 씻기듯 드러나버렸다.

애써 외면하고 있던 상처는 어느 순간 폭발한 감정과 뒤섞여 서연을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어디에서 잘못됐고 어디부터 풀어내야 할지 머리와 마음을 연결하는 회선이 뒤엉켜버렸다.

풀리지 않던 타래 더미가 하나둘 풀린 것은 글을 쓰면서였다.

모든 게 남의 탓 같던 것들이 결국 자기 속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저녁놀이 물든 해변, 연인들의 천국인 그곳에서 오롯이 외로움에 맞서던 서연은 지는 해가 남기고 떠난 오렌지빛 노을에서 눈물에 절인 기억들을 날려 보냈다.

영원한 약속으로 서로를 맹세했던 그와의 시간들도 함께.



"한서연 씨?"

"서연아!"

"응!?"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미안. 아,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써 주시겠습니까? 에세이."

"죄송합니다. 제 에세이를 읽고 저를 선택했다면, 저는 쓸 수 없습니다."

그리고 서연은 목례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얘! 서연아."

"미안해. 안 돼. 난 못 해."

서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이미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출처/Pixabay >



계속..

keyword
이전 05화소설보다는 에세이처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