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보다는 에세이처럼 3

바람이 가져간 기억

by 봄비가을바람

"안 돼! 가지 마!"

"괜찮을 거야. 도와줘야 해."

"오빠!"



매일 밤, 서연은 목놓아 울며 누군가를 붙잡다가 아침을 깨웠다.

식은땀에 지친 몸은 늘 피곤하고 무거웠다.

그날의 기억은 지우고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묵은 때처럼 지우려고 하면 흔적이 번져 더욱 기억 속 어두컴컴한 그늘 속에서 헤맸다.

아직 숨 쉬고 있다는 안도보다 혼자서 모든 시간을 끌어안고 사는 건 사는 게 아니었다.

같은 시간을 보낸 이와 나눌 수 없는 건 좋은 추억도 고통일 수밖에 없었다.



"여보세요."

"이하진입니다."

"오늘 뵐 수 있을까요?"

"죄송하지만 전.."

"네. 에세이 얘기는 나중에 하지요. 그날 식사도 못 하시고 가셔서 죄송해서요. 제가 모시러 가겠습니다."

"아.. 네."

서연은 선뜻 내키지 않았다.

하진을 마주하고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무례하게 자리를 박차고 나와 사과도 제대로 못 했기에 마지못해 대답을 했다.



"들어오세요."

"이무도 안 계시네요."

"네. 저희 가게는 한 달에 두 번 쉽니다."

"주말인데도요?"

"직원들도 가족이 있고 주말에 모임이나 일이 있으니까요. 덕분에 서연 씨도 만나고요."

"아, 네."

"이 쪽으로 앉으세요."

서연은 오픈 키친 앞 일자 테이블 높은 의자에 올라앉았다.

바로 앞에서 자신이 주문한 음식의 요리 과정도 볼 수 있어 음식을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자리였다.



소매를 접어 올리고 주방에 서 있는 하진은 영락없는 셰프의 모습이었다.

뜬금없이 이런 모습을 보고 여자 손님 중에는 설레는 사람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이것 좀 드시겠어요? 인살라타 알라 카프레제예요."

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의 빨간색과 흰색의 조화가 눈으로도 맛있는 샐러드였다.

토마토를 볼 때마다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과일인 듯 아닌 토마토가 다른 여러 나라에서는 채소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것이다.

그 들큼하고 시큼한 맛이 치즈나 달걀과 잘 어울려 샐러드나 국물 요리에서 특유의 풍미로 입맛을 돋운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하진이 내놓은 샐러드도 다음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충분히 입이 즐거워할 만했다.



"까르보나라 파스타입니다."

서연은 토마토가 들어가서 빨간 라구 알라 볼로네제 파스타보다 까르보나라 파스타가 왠지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승우를 만나 이탈리아 식당에 가면 꼭 까르보나라 파스타를 먹었다.

"오빠, 이렇게 돌돌 말아서 먹으면 돼."

처음 까르보나라 파스타를 먹던 날 서연은 먹는 법을 보여 주었었다.

"그냥 맛있게 먹으면 되지. 후루룩후루룩!"

하지만 승우는 국수 먹듯 후루룩후루룩 먹었다.

"우리 승우는 먹는 것도 이리 예쁜지."

"엄마가 해 주시는 건 뭐든 다 맛있어요. 밥 더 먹어도 되지요?"

"그럼, 그럼."

누가 이 집 자식인지 모르게 엄마와 쿵짝도 잘 맞았다.



"서연 씨, 어때요? 맛이 괜찮은가요?"

"..,,"

"서연 씨!?"









<출처/Pixabay >




계속..

keyword
이전 06화소설보다는 에세이처럼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