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대상으로 하는 일을 하다 보면 자신의 형제, 자매, 남매 이야기를 들을 때가 많다.
그 안에 있는 아이들의 생각과 고민, 걱정 등 아이의 세상을 읽을 수 있다.
요즘 한 자녀인 경우도 있지만 다자녀인 경우도 많아 많음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끼거나 부족함을 느껴 빈 곳을 채우지 못해 방황하고 어리지만 스트레스로 그들만의 사회생활을 힘들어하기도 한다.
어린애가 뭘.
이런 말은 자신도 분명 어렸을 때 했던 고민들을 어느새 잊어버린 어른 특유의 특징일 것이다.
아이들을 보며 내 어린아이 때를 반추해 보고 잊어버린 어린이 마음을 되새겨보고 뒤돌아 꿈만 꾸면 좋을 때를 그리워한다.
우리 집은 4남매이다.
딸, 딸, 딸, 그리고 아들.
귀한 아들은 비 오고 눈 오면 학교도 보내기 아까워했다.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 말씀이시다.
부모님은 아파도 학교는 가야 하고 자기가 할 일은 스스로, 할 일 다 하고 놀기.
그래도 아들은 가끔 열외가 되기는 했다.
딸들은 각자 살아남아야 했다.
첫째인 나는 책임감에 셋이 비딱선을 타지 않게 눈 바짝 뜨고 봐야 했고 초등 시절에는 세 분의 담임 선생님을 거의 매일 봐야 하는 날도 있었다.
첫째인 나를 빼고, 막내 남동생 빼고, 어느 누구도 예쁘지 않다 하지 않는 셋째 딸 빼면, 천하무적 둘째가 있다.
"야! 너 거기 안 서?"
남자아이 하나가 휙 앞을 지나가고 여자 아이 하나가 먼지떨이를 치켜들고 그 남자 이이를 쫓고 있었다.
'누구야? 복도에서 뛰는 게.'
아이코, 내가 아는 아이다.
"안녕하세요."
참 씩씩도 하게 내 친구들한테 인사를 하고 역시 다른 이유로 씩씩대는 남자아이의 목덜미를 잡아끌고 교실로 향했다.
'아이코.'
엄마의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 새.., 아니 걔가 자꾸 여자애들한테 장난치잖아."
"그래도 말로 해야지."
"말로 했다고. 그래도 계속 그러니까 잡아서 혼내준 거라고."
참 대단한 아이이다.
분명 이유가 있었고 나쁜 방법을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항상 친구가 많았다.
"야, 한 번에 이렇게 친구를 많이 데려오면 어떻게 해? 엄마도 집에 없는데."
"괜찮아. 우리끼리 얘기하다가 갈 거야."
한 살 터울 연년생이 뭘 어떻게 해 줄 수도 없고 중학생이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친구들을 데려왔는데 대접할 게 마땅치 않아 난감했다.
뭐라도 해볼까 하고 찾다 보니 밀가루와 설탕이 눈에 띄었다.
가끔 엄마가 구워주는 호떡을 옆에서 호호 불며 먹던 생각이 나서 한번 해보자 팔을 걷어붙였다.
밀가루를 약간 질척하게 반죽을 하고 조물딱 조물딱 반죽을 매만져 펴고 설탕을 한 숟가락 넣고 조심조심 매무새를 하고 뜨겁게 달궈진 프라이팬에 위에 올렸다.
칙칙.
끓는 기름 소리와 기름 냄새에 동생이 방에서 나왔다.
"나도 같이 할까?"
"아니야. 여러 사람 손에 묻히면 여기저기 난리 날 거야. 너는 친구들한테 가 있어. 조금 있다가 몇 개 구워지면 가져가."
첫 판은 옆구리가 터져 프라이팬에 설탕이 달라붙고 타서 못 먹게 되었다.
새로 기름을 두르고 후 파이팅 다짐을 하고 천천히 손에서 반죽 덩어리를 프라이팬에 올렸다.
처음 실패로 프라이팬에 올리고 난 다음에 불 조절도 하고 뒤집을 타이밍도 살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둘째, 셋째 판을 구우니 호떡 다섯 개가 완성되었다.
동생을 불러 들여보내고 또 호떡을 구웠다.
넷째, 다섯째, 여섯째.
그동안 한쪽에서 기름 냄새를 맡고 입맛을 다시고 있던 3호, 4호한테도 한 개씩 입에 물렸다.
뜨거운 설탕물이 흘러 앗 뜨거워하면서도 맛있게도 먹었다.
그런데 동생 방으로 들어가는 호떡이 끝이 나지 않았다.
"언니, 너무 맛있대."
"그래? 다행이네."
동생 포함 다섯 명이 먹기에 살짝 부족했다.
밀가루 반죽은 아직 남았는데 설탕은 다 떨어졌다.
슈퍼에 뛰어갔다 오기도 그렇고 뭐가 없을까 찾다가 엄마가 아버지 드시라고 지난여름에 포도를 술에 담근 병이 보였다.
술은 다 드셨고 포도 찌꺼기만 남아있었다.
포도는 단 과일이고 술 담글 때 설탕도 많이 넣었으니 단맛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래서 설탕만 생각하고 앞뒤 가릴 겨를 없이 반죽 안에 넣고 지글지글 끓는 기름 위에 올렸다.
약간 포도 냄새도 나는 것이 아까보다 더 맛있는 냄새가 났다.
하나 먹어 보니 먹을 만했다.
"어때? 괜찮아?"
"아까보다 더 맛있대."
"진짜? 근데 우리 이따가 엄마한테 죽었다."
"괜찮아. 내가 다 혼날 게."
동생은 신나서 호떡을 들고 들어갔다.
그날 호떡집에 불난 날.
동생 친구들은 시간이 지나도 만나면 그 호떡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동생은 공부도 일도 남 하는 만큼 해서 취업도 힘들지 않았고 결혼도 순리대로 어렵지 않게, 아이도 사이좋게 아들, 딸 둘이다.
어쩌면 살아남아야 하는 둘째의 기질이 발동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되돌릴 수 없는데도 둘째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