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맛으로도 알 수 있다.
달달하고 알록달록 색깔도 맛있는 과일도 있고 간식으로 먹던 고구마나 밤, 단호박처럼 따뜻한 온기가 더해지면 더 맛있어지는 것도 있다.
단호박은 단단한 몸통을 자르면 역시 단단하고 노란 속살이 드러난다.
가운데 물컹한 속살과 씨앗을 긁어내고 찜통에 김을 씌워 쪄내면 부드럽고 달큼함이 사르르 녹는다.
물론, 뜨거운 것을 감수해야 한다.
어려서는 특유의 단호박 내가 싫어서 잘 먹지 않았고 조금 커서는 직접 손질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잘 먹지 않았다.
지난 추석에 동생이 시댁에 다녀오는 길에 잠깐 들러 몇 개를 전해 주었다.
며칠 두었다가 쪄서 아버지께 드렸더니.
"아직 덜 여물었네."
입맛은 여전하시다.
연세도 그렇고 몸도 편찮으셔서 감각이 떨어질 것 같다는 섣부른 추측은 늘 빗나간다.
아직도 여전히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을 먼저 아시고 계절에 따른 변화도 알아채신다.
"복숭아가 한 상자에 몇 개 들어 있는지 봐라."
"열두 개 같은데요."
"아닐 텐데. 보통 열세 개 넣을 거다."
냉장고에 넣으면서 세어 보니 정말 전부 열세 개였다.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것은 이길 수 없나 보다.
몸이 안 좋으시니 드실 수 있는 것도 제한적이고 예전 것과 요즘 것이 달라 맛도 다르니 많이 드시지는 않는다.
이맘때 먹을거리는 선선해지는 날씨 탓인지 따뜻한 것이 많았었다.
국화빵, 붕어빵, 호떡, 고구마 등.
우리 집에서는 고구마도 껍질 땅콩 하고 같이 삶아 먹었다.
고구마의 단맛에 땅콩의 구수한 맛이 어우러져 새로운, 좋은 맛이 났다.
요즘은 고구마와 삶아도 제대로 못 드셔서 냉장고에 껍질 땅콩이 있는데도 못 해 드린다.
시간이 갈수록 좋은 것보다 그리워지는 것이 많아지면 아마도 나이가 들어가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는 건 제자리걸음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다지고 다져 잊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 아닌지.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그렇게 그리워하도록 나의 시간을 붙잡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