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특히 한국 음식은 시간이 필요한 음식이다.
먹는 사람은 쉽고 편하게 먹지만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수고와 시간이 만드는 음식이다.
그 음식들이 바로 국물 음식이다.
탕.
온 가족이 뜨끈한 국에 밥을 말아 지금 이 계절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가을 앓이가 심한 우리 가족은 유독 아버지가 힘든 계절이다.
몸도 편찮으시지만 엄마, 반려자를 떠나보낸 계절이기 때문이다,
추석 전 후로 입맛도 잃어 작고 약한 몸은 더욱 왜소해 보였다.
그러다 문득 그러셨다.
"우족탕이 생각나네."
무엇이 드시고 싶다고 먼저 말씀하신 게 참으로 오랜만이다.
혹시라도 입맛이 사라져 생각이 바뀌시기 전에 얼른 우족부터 사다가 물에 담갔다.
비도 오는 날, 구수한 내가 집안에 가득하니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좀, 아니 많이 번거로운 음식이다.
손질에, 오래 끓이며 옆에서 지켜보다 기름도 걷어내야 하고 한번 후루룩 끓여 완성하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우리 집에서는 서늘해지면 늘 있던 음식이었다.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할아버지와 함께 올라오시고 난 후 건강을 위한 음식으로 엄마의 수고로움을 담은 음식이었다.
덕분에 끓는 것을 지켜보고 기름을 걷어내는 건 늘 내 몫이었다.
"선생님은 어떻게 다 알아요?"
한국에서의 거주기간이 제법 긴 외국인들도 오래 끓어야 하는 이 음식이 어머니와 할머니의 정성이 담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게요. 왜 알까요.
웃어넘기고 얼버무리지만 예전 그때에는 "왜 나만 시켜." 하고 입이 한 발은 나와 뜨거운 불 앞에서 투덜거리곤 했다.
그런데 반갑지 않은 수고가 지금은 돌아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음식은 몸과 마음을 데운다.
그러니 만드는 사람은 감히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누구나 먹을 수 있지만 누구나 그 제 맛을 낼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
계절이 바뀌며 한 번씩 앓고 지나가는 가을 앓이에도 좋은 음식이 탕이다.
따뜻하게 한 그릇 국물에 밥을 먹고 데워진 마음으로 다음 계절을 맞을 것이다.
"잘 끓였네."
한 마디에 이틀 동안의 수고에 대한 충분한 대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