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그거 여자 이름 아니에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꼭 한글만은 아니다.
중급 이상 단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한자의 학습도 필요하다.
한글과 한자의 차이를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름을 한글과 한자로 보여 주는 것이다.
"주( 柱)"를 쓰는 순간 영락없이 중국어권 학습자는 손을 저으며 적극적으로 틀렸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딸이 많은 집의 첫째지만 태어날 때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다.
아버지, 엄마가 결혼하신 지 5년 만에 태어난 첫 아이이기 때문이다.
결혼하시고 5개월 만에 아버지가 군입대를 하시고 전역하고 한참 후에 첫 손주가 태어났다.
모든 집안의 기대 속에 태어난 아이는 바라고 바라던 아들은 아니었지만 5년 만에 얻은 귀한 자손이기에 딸이면서도 귀한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이름만은 아들에 대한 기대를 못 버리셨는지 한자는 아들에게 쓰는 글자로 아름을 지으셨다.
방학 때마다 시골 할머니 댁과 외갓집으로 번갈아 보내진 것은 4남매 중 손이 덜 가는 맏이를 한 달여만이라도 떼어 놓으려는 걸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꼭 그 이유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딸이지만 맏아들의 역할을 바라신 건 아니었을까.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했을 무렵부터 아빠를 따라 집안 행사에 갔었다.
기차 타고, 기차 타면 사이다에 삶은 달걀을 먹고 그물망에 들어있는 신기한 귤이 마냥 좋았는데 어쩌면 다른 의미의 시골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할머니는 술을 손수 빚으실 만큼 음식 솜씨가 좋으셨다.
동네잔치가 있을 때면 이집저집 잔치 음식을 해 주시기도 했다.
시골에 갔을 때 잔치가 있으면 저녁 늦게나 할머니 무릎에 머리를 대고 옛날이야기를 들었다.
지금도 제일 아쉬운 것이 할머니 음식을 배우지 못한 것이다.
할머니도, 엄마도 너무 일찍 떠나서 먹어본 추억만으로 그 음식 맛을 다 담기는 어렵다.
할머니 최고의 솜씨는 국수를 가늘게 써는 것이었다.
콩가루와 밀가루를 적당히 섞어 반죽을 해서 곱고 얇게 펴서 가늘게 써는 국수는 최고였다.
쉽고 편하게 먹을 수 없는 음식이지만 시골에 가면 꼭 해 주셨다.
작고 마른 몸으로 어찌나 빠르신 지 잰 몸짓으로 뚝딱 해내셨다.
멸치 국물 진하게 내어 운치 있게도 항아리 뚜껑에 국수를 가득 담아 대청마루에 상을 펴고 여름 저녁 빗소리를 음악 삼아 맛있게 먹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니 참으로 그림처럼 운치 있는 일인데 국수를 만드는 날에는 딴 데 더 관심이 있었다.
밀가루 반죽을 들고 할아버지께서 소여물을 끓이는 아궁이로 달려가면 마치 인도 난(naan)처럼 구워 주셨다,
겉은 바삭하고 뜨거운 것을 호호 불며 먹으면 어린 입맛에도 담백하고 구수한 맛이 좋았다.
국수보다는 그 재미에 할머니 힘들 줄도 모르고 국수 해 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이제는 사진도 자료를 찾아야 볼 수 있는 그리운 할머니의 국수가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더욱 간절해진다.
<사진 출처/건진 국수, 대문 사진 포함, 네이버 지식백과//한국민족문화 대백과>
# 쓴 이
건진 국수는 잔치에도 빠지지 않는 음식으로 콩가루와 밀가루의 비율이 중요하다.
콩가루로 구수하고 담백한 맛을 더하지만 반죽이 어려워 종갓집 맏며느리의 음식 솜씨 척도가 되기도 했다.
<출처/건진 국수, 네이버 지식 백과 - 위키 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