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시루

콩나물 간장조림

by 봄비가을바람

어릴 적 안방 한쪽 구석에 검은 보자기를 덮고 있는 콩나물시루가 있었다.

검은 콩이든 누런 콩이든 매일 물을 끼얹어 싹을 틔웠다.

시장이나 슈퍼마켓에 가면 쉽게 살 수 있는 걸 공을 들이는 엄마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집안일이 많은 데 일을 만드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한테는 매일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루틴이었다.

검은 천으로 빛을 가리고 깨끗한 물 한 그릇으로 기원하듯 콩나물을 길렀다.



아침 상에 콩나물국으로 오르고 담북장과 함께 밥상에 오르면 쓱쓱 비벼 밥 햔 그릇은 금방이었다.

어느 날에는 콩나물이 너무 많이 한 번에 자라서 처치하기 위해서 콩나물 간장조림을 했다.

콩나물 무침할 때처럼 콩나물을 삶고 삶은 물을 다 버리지 않고 남겨 간장, 마늘, 파, 설탕이나 물엿을 조금 넣고 조리는 것이다.

무침보다 오래 보관할 수 있고 무침과는 다른 씹히는 맛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추억의 음식이다.

콩나물을 시루에서 기르지 않더라도 마트에 큰 봉지로 사서 해 먹곤 했는데 아버지의 치아가 좋지 않아 못 드셔서 하지 않았다.

우리 가족만 알고 있는 음식인가 했는데 검색해 보니 알고 사람이 많아 반가웠다.

늘 가까이에 있는 것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을 때 기쁜 마음처럼 콩나물의 새로운 맛이 정겹다.

이제는 반가움 속에 그리움이 더해져 계절이 바뀌며 입맛이 떨어지는 시절이 되면 생각이 나는 반찬이다.








<출처/우리의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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