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속에 머무는 그림자 11

당부

by 봄비가을바람

"안녕하세요."

도서관을 막 나서는데 그 남자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재민 씨."

서연은 남자를 향해 웃으며 인사했다.







두 사람은 커피를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시럽 두 번 넣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괜찮으시지요?

물음이 이상하네요."

"아니에요. 고맙습니다."

"그 자식, 선우의 부탁이었어요.

나중에.."

"네. 그랬을 거예요.

오빠라면 그렇게 했을 거예요."

서연은 지금으로 돌아오며 모든 것이 돌아왔다.

그동안 도서관을 드나들며 서연을 살폈던 재민, 결혼사진을 찍어주던 선우의 친구라는 것도 기억해 냈다.

"그때도, 지금도 고맙습니다."

"별말씀을요.

서연 씨가 돌아와서 다행입니다.

또 말이 이상하네요."

"아니에요. 이제 돌아왔어요."



집으로 돌아온 서연은 전과 다르게 집안에 꼭 선우와 같이 있는 것 같았다.

납골당에 다녀오는 길에 서연은 선우 어머니를 만났다.

"엄마, 나 이제 왔어요."

전화도 없이 현관으로 들어서며 품으로 파고드는 서연을 그냥 말없이 안아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한참 목놓아 울었다.

"서연아, 집 정리하자.

그동안은 니가.. 아니 그냥 뒀는데 이제 정리하자."

"그러실 까봐 오빠한테 갔다가 바로 왔어요.

저, 그냥 이대로 있을래요.

억지로 떠밀지 않고 이렇게 엷어지고 닳아질 때까지 았을래요."

"그게.."

선우 어머니는 더 말을 하려다 말았다.

세상에 나왔을 때부터 봐 온 아이였다.

서연의 엄마가 급한 일이 있을 때는 여러 밤을 옆에서 재우고 먹였다.

며느리로 들였지만 처음은 딸이었다.

선우 어머니는 가만히 서연의 손을 잡았다.

더 이상 어떤 것도 해 줄 수 없는 게 미인하고 고마웠다.


서연은 가방에서 아까 재민이 준 봉투를 꺼냈다.

<서연에게>.

라고 쓰인 봉투에서 흰 종이를 꺼냈다.




서연아.
서연아.
서연아.
부르고 불러도 또 부르고 싶은 서연아.
나는 괜찮아.
너를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괜찮았어.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너무 길어서 벌써 시간을 다 써버렸나 봐.
가을이 오면, 코스모스가 피면 더 오래 함께 하려고 했는데..
미안해.
저녁노을을 혼자 보게 해서,
하지만 이번 가을 만이야.
다음 가을에는 혼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나는 괜찮아.
아마도 나는 저녁노을이 되어 서연이를 보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혼자 있지 마.
지금까지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
그 시간만으로도 나는 충분해.
이제 서연이만의 시간을 만들어.
그리고 아주 나중에 좋았다고 얘기만 해줘.
잘 지내고 있어.
많이 고맙고 사랑한다.




서연은 다시 종이를 봉투 안에 넣고 결혼사진이 있는 텔레비전 앞으로 갔다.

그리고 봉투를 장식장 서랍에 넣었다.

어둑해지는 거실 등을 켜며 베란다 쪽 너머로 고개를 돌렸다.

오렌지빛 노을이 환하게 웃으며 서연을 향해 있었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끝..



#에필로그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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