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속에 머무는 그림자 9

마지막 미소

by 봄비가을바람

"신랑, 조금만 더 웃으십시다."

"야, 빨리 찍어!"

"좀 웃자."

선우는 쑥스러워서 빨리 끝내고 싶은데 그럴수록 표정이 더 굳어졌다.

"오빠, 괜찮아."

서연은 다시 선우의 팔짱을 끼며 웃어 보였다.

선우의 친구가 찍는 사진이라 아마도 더 어색하고 쑥스러웠다.

제대로 더 좋은 곳에서 하고 싶었지만 선우한테는 아무래도 무리였다.

"오빠, 힘들지? 조금만 참자."

서연은 굳이 사진을 찍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선우의 제안에 선우 친구들이 나서며 마지못해 하기로 했다.

지금 선우에게는 모든 게 무리가 가는 것이라 무엇보다 선우가 걱정이었지만 나중에 두고 보며 추억할 것이 필요할 거라는 선우의 설득에 서연도 어쩔 수 없었다.






사진을 내려놓고 서연은 집을 나섰다.

조금씩 내리던 비는 완전히 그치고 햇살이 구름을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오는 택시를 불러 세웠다.

"ㅇㅇ가족공원으로 가 주세요."

택시에 오른 뒷자리 안전벨트를 매고 고개를 돌려 지나는 풍경을 따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창밖을 보고 있었다.

가족공원 입구로 들어서자 길가 꽃집에서 사람들이 나와 손을 흔들고 있었다.

"기사님, 잠시만 세워 주시겠어요?"

택시 기사는 무엇을 하려고 그러는지 아는 듯 갓길에 차를 세웠다.

"고맙습니다."

서연은 재빨리 택시에서 내려 첫 번째 꽃집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아래부터 차례로 5,000원, 10,000원, 15,000원이에요."

"이걸로 주세요."

"네. 테이프 잘 붙여드릴게요.

그리고 이모, 생수 하나 드릴게요.

잘 다녀오세요."

"감사합니다."

서연은 서둘러 계산을 하고 꽃집을 나왔다.

"감사합니다. 기사님."

서연이 택시에 다시 오르자 납골당 쪽으로 차가 출발했다.

스치는 풍경 속에는 꽃다발이 알록달록 놓여 있는 수목장과 잔디장이 보였다.

어쩌면 몰랐을 일을 알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라는 것을 이렇게 말게 될 줄은 몰랐다.

"도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택시에서 내린 서연은 안으로 들어서며 계단을 찾아 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다 가족들이 모여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조금 후, 정말 마지막 배웅을 할 그들을 위해서였다.



계단으로 향하던 서연은 그 옆에 화장실로 들어갔다.

손을 씻고 나서 드리이어에서 말리고 거울 앞에 섰다.

집에서 차림새도 확인하지 못하고 그대로 나왔기에 왠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거울 앞의 모습이 서연은 낯설었다.

아까 도서관 남자 앞에 앉아 있던 서연과 다른 서연이 서 있었다.

<아무 기억이 없어요.>라고 하던 서연이 아니라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서연이 서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와 계단으로 5층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갔다.

<오빠, 떨린다.>

<괜찮아. 내가 있잖아.>

왜 갑자기 버진로드에 선, 그때가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다.

5층을 앞에 두니 왼쪽으로 줄지어 있는 납골당이 보였다.

계단을 모두 올라와 11번 열로 몸을 돌렸을 때부터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발자국을 옮겨 그 앞에 섰다.

반짝이는 작은 유리문 안에 또 작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신랑, 조금만 더 웃으십시다.>

그때처럼 어색하게 웃고 있는 선우가 있었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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