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은 기대로 설레는 자신이 새삼 놀라웠다.
아직 제대로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고 얼굴도 한번 스쳐 지났을 뿐인데 며칠 동안 그 사람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더구나 약속 시간보다 미리 나와있는 자신이 왠지 너무 속내를 드러낸 것 같아 보였다.
<왜 이러지. 이렇게까지.>
친구 은수가 <이지하>의 이야기를 전할 때 전화기를 통해 은수에게 심장소리가 전해질 것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에 두근대는 심장소리는 지나는 사람들에게 이미 들릴 것 같았다.
잠시 후, 저 멀리서 차 한 대가 조금씩 속도를 줄이며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많이 기다리셨습니까?"
"아니에요."
약속 시간보다 빨리 나오는 바람에 한 시간쯤 기다렸다.
해인이 차에 오르자 바로 출발했다.
"이상하지 않았나요?"
"예!?"
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지하가 물었다.
"우연히 마주치고. 그것도 처음이 좋은 것도 아니었는데 만나고 싶다고 하는 게 이상하지 않을까 많이 생각했습니다."
"아, 아니에요."
해인은 이지하의 말에 설렜던 자신이 이상한 사람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그날 저녁, 그렇게 우연히 부딪친 게 생각에 따라 기분 나쁜 기억으로 지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나오던 사람들 중에 하필 이지하와 부딪친 것도 이상했다.
다른 사람과는 달리 이지하는 좀 더 멀리 떨어져 있었고 뭔가에 홀리듯,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휩쓸리듯 어느 틈에 사람들 무리에 섞인 이지하가 해인과 부딪쳤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나려고 그랬나 봅니다.>
목을 타고 오르는 말을 해인은 겨우 삼켰다.
소리 내어 말했다면 정말 이상했을 것이다.
차는 조금씩 도시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오전을 지난 시간이 정오의 시간으로 다가갈 즈음 차는 어느 곳에서 주차할 준비를 했다.
"도착했습니다."
"네."
안전벨트를 풀며 차창 밖을 보니 화창한 주말 날씨에 오고 가는 사람들 손에 작은 꽃다발이 손에 들여 있었다.
"조심히 내리세요, "
어느새, 먼저 차에서 내린 이지하가 차문을 열며 말했다.
"잠시만요."
해인이 차에서 내리자 뒷좌석에서 작은 꽃다발을 가지고 왔다.
온갖 상상으로 전혀 알지 못했는데 작은 꽃다발에서 좋은 꽃향기가 나고 있었다.
"이쪽으로 가실까요, "
"네."
봉안당 안으로 들어서자 엘리베이터 대신에 계단으로 3층까지 천천히 올라갔다.
그리고 한 곳에 멈췄다.
"해인 씨를 소개하고 싶은 분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이러는 게 조심스러웠지만 꼭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지하와 해인의 앞에 곱고 고운 한복에 그에 어울리는 미소를 담은 평온한 얼굴의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이 계셨다.
<출처/Pixabay>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