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온 해인은 불도 켜지 않은 채 거실 한가운데 서 있었다.
여러 번 전화를 해봤지만 역시 받지 않았다.
후.
길게 한숨을 쉬고 다시 한번. 아니 마지막으로 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발신버튼을 누르자 신호가 가는 듯하다가 전자음의 메시지가 들렸다.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이니 확인하시고 다시 거십시오. >
없는 번호?
무슨 말도 안 되는.
해인은 더 이상 전화만 붙잡고 있을 수 없었다.
그대로 뒤돌아 집을 나섰다.
밖으로 나온 해인은 택시를 잡았다.
행선지를 말하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신 전화는..>
역시 메시지만 응답을 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
택시에서 내린 해인은 아파트 공동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잠시 생각을 했다.
<괜히 왔나. 이렇게 해도 될까.>
연애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해인이 아무 말 없이 이지하의 집을 찾은 적은 없었다.
늘 이지하와 함께였다.
그것도 겨우 두 번밖에 안 되었다.
2년 연애하는 동안 두 번이라니.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현관문 앞에서 해인은 다시 한번 긴 숨을 쉬었다.
후.
그리고 현관벨을 눌렀다.
띵동 띵동.
신호가 울리고 안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이윽고 현관문이 열렸다.
<누구세요?>
여자가 문을 열며 해인을 위아래로 의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아. 네. 저, 이지하 씨 집 아닌 가요?"
그 사람 집에서 낯선 여자가 나오자 해인은 당황해서 지나가는 사람인 척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해인과 연애하는 동안 양다리였던 걸까.
두 번밖에 오지 않았지만 여자의 흔적은 없었다.
아니면 그 사이 여자가 생긴 걸까.
그래서 오늘 약속도 일방적으로 깬 것일까.
<이지하? 그런 사람 없는데요.>
아까보다 더 차가워진 목소리로 대답하고 여자는 안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외쳤다.
<엄마! 누구 왔어.>
잠시 후, 엄마라는 사람도 나왔다.
<어떻게 오셨지요?>
"이지하라는 사람을 찾는데요."
<이지하? 그런 사람은 없는데.. 혹시 집을 잘못 찾으신 건 아닌가요?>
해인은 현관문에 적힌 숫자를 확인했다.
1201호.
분명 이지하의 집이 맞았다.
"제가 찾는 집이 맞는데요."
이지하의 집에 두 번째로 온 것이 지난주 일요일이었다.
꼭 일주일 전이다.
그 사이 이사를 한 것인가.
<우리는 여기 산 지 2년이 되었어요. 그동안 그런 사람은 못 봤고요.>
"네!?"
해인의 물음이나 대답은 더 이상 들을 필요 없다는 듯이 모녀는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