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깃든 바람 9

노을이 짙어지다.

by 봄비가을바람

"여보세요."

"지하구나. 병원으로 와야겠다."

오후 업무를 시작할 즈음 외삼촌께서 전화를 하셨다.

"무슨 일 있어요?"

"....., "

"삼촌."

"조심히 어서 와."

지하는 더 이상 전화만 붙잡고 있을 수 없었다.

부장님께 사정을 설명하고 걱정스러운 동료들의 눈빛을 뒤로하고 사무실에서부터 뛰었다.

간신히 운전석에 앉자 핸들을 잡은 손이 쉴 새 없이 떨렸다.

"정신 차리자."

겨우 차를 출발하고 무슨 정신으로 왔는지 모르게 병원에 도착했다.






"커피 어때요?"

"좋아요. 맛있어요."

"저희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커피예요. 저도 가끔 달달한 믹스 커피 마셔요."

해인은 사진 앞에서 가까이 서 있었던 잠시 전이 자꾸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았다.

"다른 것도 있어요."

"아니에요. 저도 달달이파예요."

거실 창을 앞에 두고 놓인 소파에 해인이 앉고 그 옆에 지하가 앉았다.

"이맘때 어머니와 믹스 커피를 마시며 노을을 봤어요. 자주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함께 하지 못 한 게 많이 후회가 돼요."

"네. 그래도 어머니와 많이 가까우셨나 봐요."

"네. 가족이 둘 뿐이었거든요. 그나마 서로 일 때문에 바빠서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있어본 적이 많지 않아요."

"지나면 모든 것이 후화가 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래요. 그러지 말아야지 해 놓고 돌아서면 또 잊어버려요."

"고마워요. 이해해 줘서. 아직 제대로 된 데이트도 안 했죠. 우리는?"

"지금 이 시간도 데이트 아닌가요."

해인의 말에 지하는 여러 생각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더 커졌다.



거실로 어둠이 조금씩 기어들어와 아무래도 불을 켜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해인, 지하.

누구도 그럴 생각이 없었다.

아직 다 마시지 않은 믹스 커피가 식어 향기도 잦아들었다.

거실 창 너며 노을이 검붉은 색으로 물들 즈음, 지하는 해인의 어깨를 가만히 감쌌다.

그리고 해인은 지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출처/Pixabay>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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