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시는데 깨웠네요."
"아니요. 괜찮아요. 아직 안 주무셨어요?"
"이런저런 생각에 뒤척이다가 일어나서 앉았는데 해인 씨 생각이 나서요."
"네."
"내일 시간 괜찮으면 잠깐 볼까요?"
"네. 좋아요."
"제가 해인 씨 회사 근처로 갈게요."
"네. 내일 봐요."
"네. 이제 주무세요."
"지하 씨도 어서 자요."
"네. 해인 씨 목소리 들으니까 좀 낫네요. 잘 자요."
해인은 한밤중 갑작스러운 지하의 전화가 반가우면서도 왠지 불안했다.
뭔가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지하의 대답이 또 왠지 무서웠다.
아무 일 없이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지는 일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지나는 시간 속에 바람이 깃들어 점점 태풍으로 커지고 있는 것을 해인은 짐작을 하지 못했다.
지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장례를 마치고 일상의 시간이 지나지만 지하는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직계가족 상으로 받은 휴가를 다 쓰고 한 달 휴직 신청을 했다.
지금 이대로 회사로 출근하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엄마가 없는 세상은 이미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불도 켜진 않은 거실 바닥에 한참 서서 멍하니 한낮이 지나고 노을이 밤을 따라 지나는 것을 보고 있었다.
미동도 없이 눈에는 초점도 맞추지 않고 입은 바짝 말라가는데 지하는 그냥 그렇게 서 있었다.
거실 소파 위에 아무렇게 던져놓은 휴대폰에서 파란 불빛이 깜빡였다.
잠깐 눈을 돌려 시선을 맞추다 이내 고개를 돌렸다.
잠시 후, 또다시 불빛이 반짝이며 진동소리가 크게 들렸다.
지하는 몸을 움직여 소파 쪽으로 숙였다.
한참 서 있었더니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반짝이던 휴대폰 불빛이 잠참해진 후에야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외삼촌이었다.
열 통이 넘는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가 와 있었다.
메시지함을 열어 보니 외삼촌이 보낸 메시지 외에도 여러 통의 메시지가 있었다.
부장님, 친구들, 친구 시훈, 은수 그리고 엄마.
엄마의 메시지가 있었다.
<출처/Pixabay>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