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깃든 바람 13

시간의 조각

by 봄비가을바람

웅성웅성 사람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다가 점차 선명하게 들렸다.

눈꺼풀 사이로 불빛이 스며들고 코끝으로 병원 냄새가 점점 더 강하게 느껴졌다.

<여기가 어디지?>

해인은 눈을 반쯤 뜨고 주위를 살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흰 옷과 파란색 옷 사이로 침대가 보이고 여기저기 작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윤해인 님, 깨어나셨군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보호자 불러오겠습니다."

<보호자?>

잠시 후, 지하가 간호사와 함께 응급실로 들어왔다.

"해인 씨. 어때요? 괜찮아요? 안에는 못 들어오게 해서 밖에서 기다렸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의사 선생님 모시고 오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해인 씨. 걱정 많이 했어요. 왜 미리 나와 계셨어요?"

<맞다. 갑자기 비가 와서 우산 가지려 가려고 하다가 이 난리가 났지.>

"미안해요. 그런데 지하 씨는 어떻게.."

"회사 앞에 도착하니까 119 구급차가 와 있었어요. 무슨 일인가 보니 해인 씨가 실려 나오는 것을 보고 구급차를 따라왔어요."

"아, 네. 고마워요."



"윤해인 님."

"네."

"X선 검사에서는 크게 문제 되는 것은 없어요. 가벼운 뇌진탕 같은데, 내일 외래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예약이 다 차서 접수하시고 기다리시다가 진료받으셔야 합니다."

"네."

"오늘은 일단 귀가하시고 내일 꼭 외래 진료받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원무과에 들른 뒤 지하는 해인을 응급실 앞에 있는 의자에서 잠시 기다리게 했다.

"차 빼 올게요. 잠깐만 기다려요."

"네."

해인은 병원 냄새가 몸에 밴 것 같아 조금 어지러웠다.

아니면 머릿속이 정말 문제가 생긴 것일까.

저녁 시간이 한참 지나 배도 조금 고프고 목도 말랐다.

"해인 씨."

지하는 차를 세우고 해인에게 다가왔다.

"뒷좌석에 편히 앉아요."

"고마워요. 지하 씨."

해인이 자리에 앉자 안전벨트를 매어 주고 운전석에 올랐다.





<출처/Pixabay>




차가 출발하고 두 사람은 해인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해인은 운전에 방해될 까봐 말을 못 했고 지하는 해인이 힘들까 봐 말을 못 했다.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서자 해인은 자리에서 고개를 세우고 앉았다.

"지하 주차장에 자리가 있을 거예요."

지하는 차를 주차하고 해인을 부축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늦여름의 후끈한 집안 공기가 얼굴로 확 불어왔다.

"오늘, 제가 같이 있어도 되죠?"

지하의 말에 후끈한 열기가 머리끝까지 밀려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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