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지하야.
천천히 와.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게.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저녁에 산책도 하고 싶었는데..
다음에 해야겠네.
지하야, 엄마는 괜찮아.
천천히 와도 돼.
외삼촌의 메시지도 열어 보았다.
지하야!
빨리 와라. 엄마가 많이 안 좋다.
지하는 그날따라 일이 많았다.
한 번에 끝날 일을 여러 번 재차 확인해야 했다.
자료를 찾느라 시간을 또 허비하고 거래처와 연락으로 허둥대고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급한 마음과는 반대로 휴대폰조차 바로 확인할 수 없었다.
<엄마가 기다리는데..>
지하는 바로 달려가지 못했다.
휴대폰을 한참 보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장례식장에서도 울지 못하던 지하가 울기 시작했다.
불도 켜지 않고 아무도 없는 거실 한쪽에 앉아서 엄마를 기다리다 어둠이 내려앉은 창밖을 보며 우는 어린 시절 그때처럼 울기 시작했다.
<출처/Pixabay>
해인은 회사 근처로 온다는 지하를 사무실에서 기다릴 수 없었다.
퇴근 시간이 되자 재빨리 책상을 정리하고 서둘러 인사를 하고 나왔다.
회사 로비에는 갑자기 내린 비로 사람들이 주춤하고 있었다.
<오늘 비예보 없었는데..>
해인은 사무실에 두고 온 우산을 가져오려고 몸을 돌렸다.
순간, 문 쪽으로 모여있는 사람들과 발걸음이 엉켰다.
그리고 뒤에 있던 남자와 부딪쳐 튕겨 나가듯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그 뒤에 있던 사람들이 보고 해인을 살폈다.
"해인 씨, 괜찮아요?"
"아, 네. 괜찮아요."
동료들의 부촉을 받으며 일어서려다가 해인은 머릿속이 원을 그리며 맴을 도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해인은 몸이 땅으로 꺼지는 것처럼 스러졌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