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깃든 바람 12

비 오는 그 밤

by 봄비가을바람


아들, 지하야.
천천히 와.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게.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저녁에 산책도 하고 싶었는데..
다음에 해야겠네.
지하야, 엄마는 괜찮아.
천천히 와도 돼.


외삼촌의 메시지도 열어 보았다.


지하야!
빨리 와라. 엄마가 많이 안 좋다.


지하는 그날따라 일이 많았다.

한 번에 끝날 일을 여러 번 재차 확인해야 했다.

자료를 찾느라 시간을 또 허비하고 거래처와 연락으로 허둥대고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급한 마음과는 반대로 휴대폰조차 바로 확인할 수 없었다.

<엄마가 기다리는데..>

지하는 바로 달려가지 못했다.

휴대폰을 한참 보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장례식장에서도 울지 못하던 지하가 울기 시작했다.

불도 켜지 않고 아무도 없는 거실 한쪽에 앉아서 엄마를 기다리다 어둠이 내려앉은 창밖을 보며 우는 어린 시절 그때처럼 울기 시작했다.





<출처/Pixabay>






해인은 회사 근처로 온다는 지하를 사무실에서 기다릴 수 없었다.

퇴근 시간이 되자 재빨리 책상을 정리하고 서둘러 인사를 하고 나왔다.

회사 로비에는 갑자기 내린 비로 사람들이 주춤하고 있었다.

<오늘 비예보 없었는데..>

해인은 사무실에 두고 온 우산을 가져오려고 몸을 돌렸다.

순간, 문 쪽으로 모여있는 사람들과 발걸음이 엉켰다.

그리고 뒤에 있던 남자와 부딪쳐 튕겨 나가듯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그 뒤에 있던 사람들이 보고 해인을 살폈다.

"해인 씨, 괜찮아요?"

"아, 네. 괜찮아요."

동료들의 부촉을 받으며 일어서려다가 해인은 머릿속이 원을 그리며 맴을 도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해인은 몸이 땅으로 꺼지는 것처럼 스러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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