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머무는 기간

사랑의 유효기간

 영화 <중경삼림>에서 금성무(金城武)는 유통기한이 오늘까지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찾아다니며 먹어 치운다.

오늘 날짜가 유통기한인 상품은 제 값을 못 받고 처분한다.

내일이면 상품으로의 가치가 더 이상 없다.

오늘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오늘이 없어지면 오늘 생긴 일들도 없어질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붙여 애꿎은 파인애플 통조림을 먹어댄다.

유통기한이라는 것이 사랑이 끝난 사람에게는 세상이 끝난 날이다.

 연인이 떠난 날짜가 적힌 파인애플 통조림이 모두 없어지면 연인과 헤어진 날이 없어진 것이니 결국 헤어지지 않은 것이다.

 사랑을 지나 집착의 단계로 진행되는 사랑의 변질을 보여 준다.

전 여자 친구의 음성사서함에 "我爱你一万年。"이라는 말을 남기면서 자신의 사랑의 유통기한, 아니 유효기간은 "万年"으로 정한 것이다.

"万年"은 "영원(天长地久, 영원/ 그 당시 <영원>의 의미로 영회나 노래에 자주 등장했다.>을 뜻할 것이다.

 사랑의 대상에 대한 영원한 사랑은 서로 통해야 하는데 일방통행의 영원한 사랑의 고백은 그에 닿았는지도 알 수 없는 공허한 메아리로 남는다.

그럼에도 당사자는 진정 사랑했으니 행복했을 것이고 끝나고 난 후에도 더 많은 고통으로 사랑의 시간만큼 아팠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