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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두열매 Jun 20. 2024

간장 종지 아빠

다  뻥 구라였어!

@father7576  열매 그림일기


남편은 기억력이 뛰어나다.

그래서일까?

자신이 놓아둔 자리에 물건이 없으면 화가 난단다.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나 뭐라나...

내가 보기엔 못됐다.


그날 저녁 리모컨이 사라졌다.

마지막 시청자는 고등학생 큰딸

재량 휴일답게

유튜브를 시청하며

한 손엔 패드로 그림을 그리며

거기에 리클라이너까지 작동

세상 편한 자세에

나는 마음이 불편해서 집 앞 도서관에 다녀왔다.


이른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와 늦은 저녁을 먹으며

TV 시청을 하려는데 리모컨이 없었다.

빠른 문제 해결을 선호하는 남편을 위해

우리는 바삐 움직이며 지난 동선을 역추적했다.

리모컨은 소파 밑에도,

뒤에도 , 옆에도 없었다.

마지막 TV 시청자인 큰딸에게 시선이 집중되었고 압박이 시작됐다.


"아까 마지막 본 곳이 어디야? 거기서 다시 찾아봐"

"언니 여기에도 없는데... 어디다 둔 거야?"

"찾아! 찾아놔!"


큰 딸은 "아니... 그게 어디 갔지... 이상하네 이상해"

나지막이 읊조리며 계속 찾으며

엉거주춤 앉아  리모컨 없이 수동으로 TV는 켰으나

유튜브 모드는 리모컨으로만 가능했다.

"전에도 얘기했지 리모컨 제자리에 두라고.. 어서 찾아! “

결국 리모컨은 나오지 않았다.


두 딸들은 각자의 방으로 스며들고 나는 설거지를 마치고 이번엔 나를 씻었다.

씻고 나오니 썬킴의 거침없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모컨 찾았네! 어디서 나왔어?”

“내가 찾았어. 소파 안쪽에 말려 들어갔더라. 앞으로 리클라이너  절대 하지 마”

남편은 단호한 목소리였으나 TV을 보며 평온을 되찾았은 듯했다.

 자러 가기 전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큰 딸에게

“아까 리모컨을 찾을 때, 당황 했지? 너만 압박한 거 같아 좀  미안하네" 말했다.


그러자  고딩딸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나 분노했어!

. 아빠는 그릇이 작아! 그동안 나한테 했던 좋은 말은 다 뻥! 구라였어! "


3*15센티 리모컨 분실 사건의 결말이었다.


간장종지 아빠로는 부족하고

뻥&구라쟁이까지......


나는 웬만한 건 담을 수 있는 큰 대접,

대인배 엄마가 되리라 다짐하며

한참 큭큭 거리다 단 잠을 잤다. 







토닥 한 줄

혀  닦는 법과
밤하늘의 별빛들만  제대로 습득해도
인간 구실 할 수 있다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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