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망 밤&파랑 신발

3분도 체 지나지 않았다

by 호두열매
@father7576 열매 그림일기

2021년 8월

둘째 딸 8살 여름밤에 일어난 일이다.


습한 날씨에

눈만 뜨면 나오는 코로나 소식까지

집에 가만있기도 힘든 저녁시간이었다.

있는 찬에 저녁을 챙겨 먹고,

두 딸을 데리고 동네 산책이라도 다녀와야지 싶었다.

저녁을 먹은 중학생 딸은 산책 후

제시한 맞춤 혜택에도 꿈쩍 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둘째 딸만 데리고 집을 나섰다.

10분쯤 걸어 우리 동네 산책코스

중랑천에 도착했다.


올여름 돌다리를 정비해서

천 중간중간에 앉아서 쉴 수도,

천을 바라보며 물멍도 할 수 있었다.

돌다리에서 신발집게, 플래시, 모기약을 이용 아이와 게를 잡는 아빠도 보였다.


흐르는 물소리와 밤바람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딸의 마음도 그랬을까

돌다리에 앉아서 놀던 딸이 대뜸 물었다.


"엄마 물에 발 담가봐도 돼?"


살짝 망설임 3초 후 대답했다.

"그래 여기 시원하고 참 좋다~ 살짝만 담가봐"

어느덧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발장구까지 치며 놀던 딸은 다시 말했다.


"엄마, 나 신발 벗고 놀래"


살랑살랑 시원한 밤바람

쉴 새 없이 들리는 물소리

낭만 가득 돌다리에 앉은 나는 바로 말했다.

"그래, 한쪽에 잘 벗어놓고 놀아"


물멍에 빠져들 겨를도 없었다.

3분도 체 지나지 않았다.

신발은 돌다리에서 추락사

거센 물줄기를 따라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놀란 나와 딸은 돌다리에서 벌떡 일어나 신발을 잡으려 했지만

돌다리 밑 물은 생각보다 빨랐고

어두워서 깊이를 알 길이 없었다.

낮에는 고작해야 발목 살짝 위로 올라올 높이였지만 밤에 물은 달라 보였다.


신발은 끝내 구하지 못했다.

딸이 전해준 바로는

내 몇 번의 시도에도 잡히지 않았던 신발은

꼬르르..... 꼬르르.... 꼬르르....

물속으로 가라앉으며 떠내려 갔단다.


정말 아끼고 좋아하는 신발이라며

남은 한 짝을 가슴에 부여잡고,

신발과 애끓는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맨발로 천변을 걸어 나와

왕복 4차선 횡단보도 건너,

왕복 8차선을 다시 건너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 와중에도 아이스크림은 사 먹었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첫째 딸은

역시 안 가기를 잘했다며 자신의 탁월한 선택에

흡족해했다.

판단력, 선택의 갈림길, 절제

세 단어를 가슴에 품고

나와 딸은 발을 닦고 누워 스펙터클한 우리의

무용담을 나누며 잠들었다.




토닥 한 줄

무엇을 입어도 좋다
무엇을 벗어도 좋다
밤에는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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