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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두열매 Jun 18. 2024

부부의 그릇

빛나는 밥상이 차려지길 바란다

@father7576  열매 그림일기

부엌살림에 큰 욕심이 없다.

결혼 18년 차  그릇 세트를 구입해 본 적이 없다.

신혼살림도  친정집에서 시작해 그릇을

따로 살 필요도 없었고,

3년 정도 살다 분가할 때도 그릇을 따로 구입하지 않았다.


큰딸이 초등학교 다닐 때

도자기 수업을 1년 정도 다니며 만들어온 그릇,

누군가 나눔 해준 그릇,

시어머니가  쓰라고 주신 스테인리스 그릇이 있다.

그래도 부엌 찬장은 그릇으로 넘쳐난다.


하루의 끼니를 해결하기에 바쁜 나는

이쁜 그릇과 멋진 상차림보다

가볍고 단순하고 쓰기 편한 그릇을 애정한다.

프라이팬도 스텐을 사용한다.


반면 요리하기를 좋아하고

플레이팅이 중요한 남편은,

계량스푼, 다양한 뒤집개, 고기온도계와 20,24,28*윅 28 코팅 프라이팬 4종세트에

남편 전용 프라이팬이 있다.

지금 쓰고 있는 스텐 냄비와 찜기, 그리고 프라이팬 모두 남편이 구입한 것이다.


잘 코팅된 프라이팬을 보며

흐뭇해하는 남편

포도씨유를 두르고 예열 시작,

계란 최대 4개 최소 2개,

노른자는 동그랗게 모양을 유지하고,

흰자는 미끈하지만 바깥쪽은 바싹하게 구운 후,

계란 프라이를 접시에 놓고,

소금과 후추를 뿌리고 포크와 나이프로 먹는다.

덕분에 나도 이제는 제법 계란 프라이을 잘한다.


내가 부엌살림 중 구입하는 그릇은 머그컵이다.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집 청소 후

오트밀라테 한잔과 함께 책상에 앉는 나는

머그컵을 애정한다.

투박하지만 묵묵하게

것도

더운 것도 담아주는 머그컵이 좋다.


큰딸 8살 크리스마스 선물도 머그컵을 해서  원망을 들은 기억이 있다.

집들이 선물로도 머그컵을 사달라고 했다.


우리는 서로 쓰임새와 모양이

다른 그릇을 아끼고 좋아하지만

함께 지낸다.


서로의 그릇을 가지고 우리는 살아간다.


이제는 남편 그릇뿐 아니라

 나와 두 딸 그릇까지 생겨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날 때도 있다.

어쩔 땐 무참히 한쪽 그릇이 깨지기도 하지만,

그럴 땐  여분의 그릇이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그릇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매일 빛나는 밥상이 차려지길

나는 바란다.





토닥 한 줄

내가 너와 만난 것으로 우리가 되지 않는다
내가 남긴 얼룩이 너와
네가 남긴 얼룩이 나와
다시 만나 서로의 얼룩을 애틋해할 때
너와 나는 비로소 우리가 되기 시작한다

                                                      -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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