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네 이름은 정미야" -1978년 1월 부산-
1978년 1월 부산
고아원 원장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야 이 예쁜 원피스도, 이 인형도 네 거가 되는 거야.”
혜순은 대답하지 못했다.
손에 안긴 인형의 머리가 조용히 흔들렸다.
“자, 네 이름이 뭐지?”
“…강혜순이요.”
찰나. 원장의 눈빛이 변했다.
손이 뻗어와 인형을 빼앗듯이 움켜지고 당겼다.
“아니라니까.”
혜순은 인형을 안뺏기려 순간적으로 움켜쥐었다.
“이거 정미 인형이에요. 미국에서 온거랬어요. 정미 갖다줘야 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원장은 낚아채듯 얘기했다.
“정미는 여기 없어. 그러니까 혜순이가 정미야. 정미 인형도 혜순이가 갖을꺼야. 알았지?”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인형을 움켜진 원장의 손을 떼어내며 혜순은 고개를 끄덕였다.
2년전 혜순엄마는 6살 혜순과 3살 미순을 고아원에 맡겼다. 돈을 벌면 찾으러 오겠다고 매달 애들 식비는 보내겠다고했다. 혜순에게는 미순이 잘 돌봐야 한다고 했다.
고아원은 아이들이 넘쳐났다. 가난해서 맡긴 아이들, 버려진 아이들
엄마는 세달간격으로 두번 과자와 과일등을 사가지고 혜순과 미순을 찾아왔다.
두번째 고아원에 온 엄마는 미순을 끌어안고 한참 울었다.
엄마가 왜 우는지도 모르지만 혜순은 귤을 까먹느라고 바빴다.
그리고 얼마후 여자들 세명이 와서 미순과 어린 여자애들 2명, 아기들 3명을 데려갔다
미순이는 나랑 있어야 한다고 울었으나 소용없었다.
그런데 그 후 엄마는 1년이 넘도록 오지 않았다.
원장은 혜순을 바라보며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내일 서울 가서 누가 니 이름 물어보면… 김정미라 해라.
그래야 니가 미국 갈 수 있다.”
혜순은 거짓말하는것이 불편했다.
거짓말은 싫은데 인형은 좋았다.
이 인형이 내것이 되면 좋겠다고 혜순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