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려고 하였으나 결국 만나게 된 성격
돌아가신 아버지는 시골에 태어나시고 생활하신 가부장적인 인물이었다. 우리 자식들이 잘못하면 가차 없이 체벌을 내리셨다. 어머니한테도 매우 엄하게 대하셨다. 누구보다도 정은 매우 많으셨지만 엄마가 동네사람과 이야기하는 것도 싫어하셨다. 어머니는 온순하셨고 아버지 앞에서 아무 소리도 못하셨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대놓고 무시하셨고, 어머니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이상한 일은 우리 가족들 나를 포함해서 모두 강압적인 아버지를 싫어하면서도 우리 가족들은 아버지 편을 많이 들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는 집안내에서 권위라는 힘을 갖고 계셔서일까?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겉으로는 아버지를 싫어하는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억압했지만 속으로 어머니가 너무 안 돼 보이고 불쌍하게 생각되었다. 아버지 같은 사람은 가급적 어디서든지 만나지 말고 같이 생활하지 않는 것이 나에게는 편하다고 항상 생각했었다.
30년 전에 설흔이 넘어가자 노총각이 되고 있다는 위기감에 아가씨를 소개받았다. 소개받은 여자는 어머니와는 달라 보였다. 나도 뭔지 모르게 끌리게 되었다. 나랑 다르다는 것이 그렇게 끌리는 건지는 몰랐다.
나는 그 당시 볼폼없는 외모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여자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였다. 사회생활을 일찍부터 했던 배우자는 야무져 보였다. 나름대로 똑소리 나는 듯한 지금의 배우자에게 꽂히고 만 것이었다. 당시 몇 사람의 상냥하고 부드러운 여성들과 교제를 해보았던 터였지만 무엇인지 아쉽고, 끌리는 것이 부족하여 결혼을 미루고 있었다.
지금의 배우자는 시골의 두메산골이 집인 여성이어서 그런지 억세고 생활력이 강하였다. 나도 모르게 어머니와 조금 다른 배우자라는 점이 끌렸다. 결혼이라는 것은 신중하게 심사숙고하게 결정하여야 하는 데 나도 모르게 점차 점차 배우자의 페이스에 따라가는 꼴이 되었다.
지금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나는 어머니와 다른 배우자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와 닮은 배우자를 선택하게 된 것이었다. 무의식으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성격을 가진 아버지와 닮은 배우자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배우자는 누구보다도 남들에게 과시하기 좋아하고 자신의 의지가 전달되지 않은 때는 폭력적인 성향도 보이는 급진분노표출자라는 것이 정말 아버지의 성격과 똑 닮았다.
다행히 이제 와서 생각하는 것은 배우자가 아버지와 성격이 유사하므로 앞으로 대처하는 것은 어쩌면 쉬울 수도 있다. 단순하고 성격이 급한 사람들의 패턴에 따라서 대우해 주면 되니까 말이다.
어제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제 배우자는 일도 안 나가고 부부침대를 해체해서 갖다 버리고 집안의 탁자들을 옮겨 버리는 등 집안구조를 완전히 바꾸어 버리고 있었다.
그 큰 킹사이즈 침대를 혼자서 해체해 버리다니 역시 대단한 배우자다!
느지막하게 퇴근해서 들어갔던 집안구조가 완전히 바뀌고 있음을 보았고 밤이 깊은 그 와중에도 아직도 버리고 옮기는 등 정리해야 할 것이 많음을 깨달았다. 나는 본능적으로 배우자에게 더 이상 잔소리를 들지 않으려고 열심히 배우자를 도와주려고 짐을 옮기기로 했다.
그러다가 사건이 하나 일어났다. 내가 탁자설합을 들어 옮기다가 탁자 밑부분이 갑자기 빠져버렸고, 탁자설합 위에 있던 배우자가 아끼는 화병을 깨뜨리고 말았다. 탁자설합 아래가 순식간으로 빠지면서 내 발등을 찍어버렸고 나는 놀라움과 아픔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안 다쳤냐고 물어보아야 할 배우지는 도리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옆에 있던 나보다 더 놀란 배우자는 놀라서 의도적이었는지 아니었지는 모르지만 순간적으로 나도 깜짝 놀라게 소리를 크게 지르면서 손바닥으로 내 머리의 귓부분(귓방맹이?)을 사정없이 "철석"하고 내리쳤다.
발등이 찍혀 고통으로 소리 질렀던 나는 다시 한번 배우자의 폭력에 아픔의 소리를 질렀다. 나는 꽃병을 깨뜨렸지만 발등까지 찍히고 귀방망이(?)를 얻어터졌다. 나도 억울해서 배우자의 머리통을 내려치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았다.
나는 순간적으로 '어떻게 이런 무식한 여자랑 살아왔나 하면서" 후회도 들었다. 아이들에게 "너희 엄마가 아빠 머리통을 후려쳐서 아빠 다 죽게 생겼다!"라고 죽는소리로 하소연했다. 아무한테라도 하소연해야만 편할 것 같았다. 아이들이 나를 위로했다. 화가 난다고 남편머리를 쳐버리는 배우자와의 30년 힘든 결혼생활이 주마등같이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갔다.
그러자 배우자는 지나쳤다고 생각했는 어쩐지는 모르지만, 내가 언제 그랬냐면서 오리발을 내면서, 도리어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뒤집어 씌운다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나는 어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기분이 지금의 내 기분과 비슷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돌아가신 아버지한테 항의하는 말을 마음속으로 했다!
"아버지! 아버지 성격 닮은 여자랑 결혼하는데 반대를 조금밖에 안 하셨어요? "
"끝까지 말리셨어야죠! 아버지! 정말 원망스러워요!"라고
오늘 아침 컨디션은 좋지 않고 출근하면서도 머리통이 아프다!
이런 인생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