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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 Aug 18. 2024

봉사활동이 나를 울립니다!

하고 싶은 일을 했는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6 




  어제는 병원에 대기하고 계신 투석환자분을 대상으로 머리를 자르는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퇴직 후 사회복지 관련 일을 하다 보니 병원에 갈 일이 많게 되었습니다. 목동에 있는 병원으로 투석을 하러 오시는 자주 뵙는 남성 노인분이 머리를 자르러 가야 하는 데 휠체어를 타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기석에 계신 다른 투석환자 남성노인분에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저도 모르게 낯이 익은 분이어서 "아 저도 머리 자르는 줄 아는데요. 자격증도 있거든요!"하고 그분들의 이야기에 끼어들었습니다. 그러자 아까 말씀하셨던 분이 내 머리를 잘라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아 그러죠.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뭘! 하면서 부탁을 수락해 버렸습니다.


  그런 다음에 저는 속으로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과거 거 동주민센터 근무할 때 여성 노인분들은 많이 머리를 잘라 드린 적 있고, 간호조무사 실습할 때도 남성머리를 자른 경험은 있지만, 너무 오랜만이어서 또 혼자서 하려니 사실 걱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남성이지만 남성분들이 오히려 더 까다롭고, 목소리도 크다고 생각해서 승낙한 것이 후회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갖고 있는 기술도 안 쓰면 장롱면허가 되어버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 자격증을 따서 실습까지 받았던 남자 머리 자르는 법을 열심히 머리에 떠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퇴근해서도 고민이 되자, 딸에게 문의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병원에서 만나 어르신 머리를 잘라드리겠다고 했는데, 어떡하지 머리 잘 못 잘랐다고 항의하면 어떡하지?" 하고 문의하자 딸은 "아이고 우리 아빠 오늘도 역시 YES맨이 되셨네요! 괜찮아요! 아빠 실력으로 충분하고, 잘 못 잘라도 그 할아버지가 이해하실 거예요!"라고 명쾌한 해답을 해 주었습니다.


  용기를 얻은 나는 부딪쳐 보기로 하고 장비인 가위, 이발기, 커튼 보 등을 준비하여 약속한 날 병원으로 갔습니다. 마침 그분도 준비하고 계셔서 머리를 용감하게 자르기 시작했습니다. 남성머리 커트도 제대로 생각이 안 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분은 머리를 짧았고 더욱더 짧게 자르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 없없습니다. 뒷머리와 옆머리는 이발기로 밀고 위부분의 머리만 가위로 자르고 나 머니는 튜닝가위로만 자르기만 하면 되는 매우 단순하고 쉬운 작업이었습니다.


  너무 쉬어서 다행이었고 특별한 경험을 갖게 해 주신 그분은 저도 한 10살 정도 더 먹은 인생의 선배님이었지만 갑자기 아버지의 살아생전 모습이 그 분과 겹쳐지면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울컥했습니다. 우리 인생이 알게 모르게 흘러가고 있고 금방 아버지가 걷었던 길을 나도 걸어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나와 타인은 전혀 다른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고 다 비슷한 그렇고 그러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반신마비가 와서 제대로 몸을 쓰지 못하는 고령의 노인으로 투석을 일주일에 3번 4시간을 해야만 하는데 무슨 돈이 있을까마는 그 투석환자 잠성분은 다 구겨진  호주머니에서 5,000원을 꺼내어 저에게 주셨습니다. 저는 안 받겠다고 극구 사양했지만 너무나 큰 목소리로 당당하게 교통비로 주니 어서 받으라고 호통 아닌 호통을 치셔서 할 수 없이 받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돌아가신 아버님이 받으라고 호통치시는 것처럼 생각이 들었고 나는 용돈을  받는 아이처럼 나도 모르게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역시 봉사는 인생의 정답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국악기인 해금과 우쿨렐레, 진도북을 들고 그분이 다니시는 경로당으로 위문공연을 갈 계획이 들었고, 그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ENFP예술가 형인


  나는 봉사하며 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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