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면서 사실상 30년 이상 넘게 상담을 해왔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상담을 해온 것이다. 어떤 때는 상담을 잘하여 감사하는 마음을 전달받을 때도 있었지만, 어떨 때는 공무원이 그것도 모르거나 해결하지 못한다고 무시하는 표정을 볼 때도 있어 안타까웠다.
그동안 내가 하는 상담은 주로 민원상담이었다. 공무원이기 때문에 법률과 관련된 상담이 많았고, 그다음 사회복지 관련 상담, 그리고 드물지만 심리상담도 있었다. 그만큼 공무원들은 일반주민들과 밀접한 거리에 있으며, 주민들은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하여 공무원들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내가 하는 상담방법은 일반적으로 탐색 - 통찰 - 실행의 삼단계를 단계적으로 거친다. 그것은 what - why - how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탐색은 영어로 이야기하자면 what을 찾는 과정이다. 권투에서도 탐색전이 있다. 처음 만나는 민원인에 대하여 먼저 옷차림, 인상, 말투 등을 먼저 파악하고 대화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따스한 미소를 대화를 시작하면서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에 대하여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의외로 자기 자신의 문제를 다른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호소문제를 잘 털어놓지 않는다. 자신의 고민거리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사실은 문제해결보다는 상담만을 원하는 분들도 많았다.
두 번째 통찰은 그 고민거리나 문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찾아간다.다시 말해 why가 무엇인지를 찾는다. 문제를 찾는 다면 해결방법의 실마리가 생길 수 있다. 그만큼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다. 특히 심리적인 문제나 성격적인 문제로 들어가면 어쩌면 그 고민은 우리들이 전혀 알 수 없는 엄마의 뱃속이나 갓난아이일 때 생긴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통찰력을 갖기 위해 나는 다양한 분야의 이론을 공부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실행은 그러면 호소문제의 해결을 어떻게 찾아가느냐의 how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진짜 힘들게 통찰을 통하여 그 발생원인을 찾아냈다고 하더라도 how인 어떻게 하느냐를 찾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고 그 상태를 받아들이고 참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프로이트나 아들러 같이 유명한 심리학적 상담보다 당면문제를 단기간 내에 해결해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해결중심주의 상담이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민원인과 처음 만나 친밀감을 형성하면서 위에서 말한 삼단계 과정을 거치면 대부분의 민원은 해결된다.
얼마 전에도 나이 있어 보이는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민원인이 사무실에서 고성으로 직원들에게 화를 내시기 시작했다. 내가 즉시 달려가 그분과 몇 마디 하자 그 민원인은 완전히 순한 양처럼 조용해졌다.
그분이 가고 신규인 후배직원이 도대체 어떻게 분노에 찬 민원을 조용하게 만들었냐고 놀라면서 물어와서 나는 그냥 그것은 특별하고 다른 것이 아니라 그 민원인의 화난 마음을 인정 주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후배직원의 감탄하는 소리를 뒤로 하면서 나는 내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내자리에 앉아서 상담서비스단계인 탐색 -통찰 - 실행의 상담 3단계를 거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고객인 민원인을 진심으로 대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