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갈 땐 가더라도 감자칩 한 봉다리 정도는 괜찮잖아?
30세. 수입은 거의 없는 프리랜서와 백수 중간 사이.
나는 당장 내일도 자격증 시험을 보러 가야 한다. 그런데 공부는 안 하고 감자칩 리뷰나 쓰고 있다. 인생이 이 정도로 레전드일 수가 있을까. 성실하게 살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일이나 목표한 것을 한번 시작하면 무조건 끝을 보고, 이번 주 일주일도 대외활동으로 시험 준비로 진짜 불태웠고, 매일 하루를 끝장을 본 덕분에 몸도 아주 끝장이 나버렸다.
이렇게 매번 개처럼 뛰어도 어디가 끝인지 알 수가 없다. 느낌 상, 항상 짐승처럼 느낌만으로만 살고 있을 뿐이다. 이건 내가 계획적이지 않아서 그런 거니 나를 탓해야 한다. 그런데 인생은 계획보다 안 되는 경우가 훨씬 많더라. 정말로 최선을 다해도 안 되는 것들은 안 된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깊이 깨달았다.
일에 공백기가 길어지자 잘 쓰던 글쓰기가 두려워지면서 행복을 잃어갔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즐겁게 하던 놀이가 유일하게 밥줄 잡을 목줄이 될 줄이야.
하고 싶은 거 하려면 하기 싫은 걸 해야 한다. 그래도 하고 싶은 거를 하고 싶다면 그것을 하기 싫을 때까지 해라! < 내 명언이다!
하고 싶은 것도 못 할 상태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묘수가 필요하다. 지금의 삶을 탈피할 반항적인, 포스트모더니즘 같은, 반어쩌구 주의같은 묘수가 필요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감자칩' 먹기.
어렸을 때부터 감자칩뿐만 아니라 감자튀김은 다 좋아했고 오렌지 주스를 마시면서 같이 먹으면 그날 세상 행복은 내가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러나 심해진 아토피에 어머니는 감자칩을 거의 못 먹게 했고, 성인이 되어 독립한 지금도 자취생인 내가 배고프면 감자튀김만 먹을까 봐 기름 튀긴 감자가 얼마나 몸에 안 좋은지 '발암의 근원'이런 무시무시한 헤드라인이 박힌 뉴스 기사를 캡처해서 보낸다.
그러나 인생에서 '감자칩'을 안 먹는 것은 티끌 같은 문제였지만 그 티끌이 날 너무 아프게 한다는 사실을 어머니는 몰랐다. 내 인생에 '감자칩스러운 것'들이 쌓여 이제는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내 자신도 몰랐다.
나는 '감자칩'이 너무너무너무 먹고 싶다.
먹으면 좀 어때. 더 운동하고, 더 건강한 음식 먹을 테니까. 등짝도 몇십 대 내어줄 테니까 좀 먹어보자. 감자튀김이 무서워 세트 메뉴에서 감튀 빼고 시키던 과거를 청산할 거다. 아주 악독하게 '감자칩' 먹어볼 테야.
그 대신 조건을 달기로 했다. '감자칩' 먹을 때마다 '글쓰기'
이게 나의 글쓰기 공포증을 해결해 줄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인생을 바꿀 수 있게 해 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감자튀김과 관련된 나의 버킷리스트
1. 세계 각국의 감자칩 먹기
2. 전국 감자튀김 맛집 지도 만들기
3. 세계 감자튀김 맛집 지도 만들기
4. 영국 가서 피시 & 칩스 먹기
5. 독일 맥주 페스티벌에 가서 맥주 한 잔이랑 슈바인학센 뜯으면서 감튀 먹기
6. 감자튀김 후원받기
서두르지 말자. 앞으로 차근차근 채워나가자
나의 진정한 행복을 찾아서. 나의 '감자칩'들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