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 잡고 서 있기가 힘들 때
마음에 튼튼한 두 다리가 달려 굳건히 늘 서있어 준다면 얼마나 좋으랴마는,
때때로 중심을 잡고 서있기가 힘들다.
경기는 어렵고, 유독 나만 특히 더 어려운 거 같다.
흔들리는 마음을 소비로 다스려보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통장을 말 그대로 '스쳐' 가는 월급...
왜 우리는 소비를 하는 것일까?
비만에 익숙한 나는 과소비와 많이 먹는 이유가 상통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다.
무언가가, 어딘가가 비어있기 때문이다.
빈 독에 물 채우기라는 말을 우스개로 한다.
아무리 커다랗고 아름다운 항아리가 있다고 한들 밑동이 깨져있다면 이 항아리는 제구실을 못할 것이다.
어떤 것을 담는다고 해도 줄줄 새어나갈 테고, 벌레가 드나들 것이고, 들어 옮기는 도중 모두 새나갈 테니 항아리로써의 인생은 끝난 것이다. 고려청자라고 해도 깨진 것과 안 깨진 것의 가치는 하늘과 땅차이다.
적어도 그 구멍을 메우기까지는 말이다.
우리 몸을 항아리라고 볼 수 있다.
각자 다른 모양, 다른 색깔의 개성 넘치는 항아리인 우리 몸은 우리를 이루는 모든 것을 담는 저장소다. 나는 개인적으로 영혼 또한 그 몸을 이루는 종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우리 몸 어딘가 이상이 있으면 서서히 항아리에는 알게 모르게 금이 가게 되고 약해진 부분엔 결국 깨지는 참사가 일어나는 것이다.
마음이 건강하다면 아무 곳도 깨진 곳이 없겠지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30대의 마음 항아리는 깨져있거나 금이 가있는 것이 현실이다.
깨진 상태로 있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고치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하지만 고치는 방법은 사람들 사이에서 문제 있는 사람처럼 치부되어 쉬쉬 되고 있고 깊이 있게 탐구하는 것에도 우리는 어색하고 익숙지 않다.
그래서 가져온 방법을 나누고 싶다.
가장 첫 번째는 비어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나의 마음 상태를 잘 알아보기 위해서는 나의 감정을 일단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휴대폰은 진동이 아닌 무음으로 놓아보자.
내가 느끼는 감정은 지금 어떠한가?
기쁨, 만족, 슬픔, 화남, 지루함, 답답함... 각각 다른 감정으로 마음이 물들어있을 것이다.
바로 알지 못할 수가 있다. 그럴 때는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며 호흡에만 집중한다.
그러다 보면 심상에 떠오는 감정이 있을 것이고 그 감정을 받아들인다.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이 들어도 괜찮다.
그것을 온전히 나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첫 번째다. 감정자체를 부정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괜찮다고 다독거려 주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부정적인 것 자체를 타부시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부정의 감정을 때때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처럼 힘든 것이 또 있을까?
똑바로 서기는 내가 앉아있는 것을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나 또한 내 마음 상태를 인정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낯설었다.
마음이 깊은 수렁에 빠져 어둠에 잠식되어있다는 것을 안 것은 어느 날 좋은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