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도 못하는 나라에 시집왔다.
빽빽하게 대지를 덮고 있는 푸른 나무들을 비행기 아래로 내려다보며 중얼거리듯 예비신랑에게 물었다.
"여기는 차코라고, 발전이 되지 않은 숲 (산림구역)이야. 사람이 살지 않는 정글? 같은 곳이지."
그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지만 나는 이렇게 많은 나무를 본 지 꽤 오래되었다.
전형적인 도시여자인 나는 2016년 10월,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8년 전, 파라과이 땅을 처음 밟게 되었다.
개발도상국, 세계에서 생활비가 가장 저렴한 탑쓰리 국가.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이곳. 차코 전쟁(우루과이,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손을 잡고 파라과이를 공격한)을 치른 국가. 그 때문에 영토가 반토막 나고 바다와 맡닿는 곳이 전혀 없는 대륙국가.
나는 파라과이를 모른 채 결혼 결심을 했다.
뭐에 쓰인 것인지 사랑만 믿고 무모하게 이 나라에 이민 왔다.
그전까지는, 유학생이었고, 직장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이민을 온 파라과이 교민이다.
게다가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시아버지는 말기 암환자, 우리가 도착하기 일주일 전에 돌아가져 상을 치른 시외할아버지, 심장이 안 좋으신 시외할머니, 당시 사고로 몸이 안 좋은 시누형님, 그리고 모두를 간호하고 돌보시는 시어머니. 친구들은 나를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차마 말리지도 못했고, 직장 상사들은 다시 뉴욕에 넌 돌아올 거라며 니 자리 남겨놓을 테니 다시 오라고 신신당부하셨다.
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할 거라며 철없이 결혼준비를 했지만, 마음속에는 나도 모르는 두려움과 걱정이 꽈리를 틀고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도시는 언제나 활기를 띠고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는 것.
우리가 도착한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되자, 파라과이는 세상에서 가장 푸른빛으로 나를 환영해 주었다.
곳곳의 초록이 내 몸과 마음을 감싸 안으며 나는 이미 이 도시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어 깊은 이해관계속에 살아가는 파라과이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이곳에서 8년 동안 나는 깊고 높고 낮은 것들을 끊임없이 배우며 성장해 나갔다.
그리고 그중에 단연코 가장 가치 있는 것은 "기다리기"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