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어느덧 너와의 만남이 10년이나 훌쩍 지나버렸지만, 가끔은 그때를 느끼고자 기억을 해보곤 한다. 그날의 너의 얼굴 표정도, 목소리도, 너와 함께 공부했던 필기 노트도, 너와 처음으로 같이 거닐던 그날의 날씨도, 너와의 만남을 저 뒤로 밀어버린 졸업식날의 분위기 전부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
기억이라는 것은 굉장히 소중하다. 기억은 그때 순간을 다시 살아 볼 수 있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가만히 앉아 그때를 떠올려 보면 그게 좋은 기억이던 아니던, 그 순간만큼은 기분이 묘해진다. 같은 공간에 다른 시간일 뿐, 기억이란 수단을 통해 그 시간마저 같아지는 느낌이 들기에.
나는 그래서 추억이라고 하는 기억들을 시답지 않은 곳에 써버리지 않으려 한다. 나의 그 공간은 너무나도 작고 자칫 너의 기억이 뭉그러트러질까봐. 하지만 아직까지 너와 함께 있었던 그 순간순간들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너와의 그날이 나에게는 무척 소중했었나 보다.
10년이 지난 나는 소중한 것들을 꽤나 가지고 있다. 내 뒤에서 그렁거리며 졸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 나와 만나고 있는 여자 친구, 나의 앞길을 항상 응원해준 담임선생님. 모두 나에게는 소중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 나의 시간과 그들의 시간이 달라졌을 때, 나는 기억을 사용하여 그들과의 시간을 다시 맞추어 같은 공간에서 그때 느꼈던 그 감정을 느끼고 싶다.
그 기억 중 나는 영원히 소중한 작은 너의 기억을 남기리라 결심했다.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뜨거웠던 여름, 고갤 돌리면 수줍게 하얀 얼굴을 가리며 미소 짓는 여학생이 있다.
남학생이 그 하얀 얼굴을 10년을 사무치게 그리워하게 될. 평생을 고개를 올려 볼 수밖에 없는 그 얼굴을.
나는 가만히 앉아 고개를 올려 그 시절로 돌아간다. 귓가에 들리던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뒤에서 졸고 있던 고양이의 그릉그릉 소리도 어느새 조용해졌다. 기분이 묘해진다.
기분 좋은 강아지 샴푸 냄새가 느껴진다. 사각사각 연필로 무얼 끄적이는 소리가 들린다. 눈을 떠 옆을 보니, 평생 얽매이던 너의 그 하얀 얼굴이 보인다.
남학생은 그리고 작게 이야기한다.
"보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