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좋아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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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릉


예나 지금이나 교사들이 한 학생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은 성적이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공책에 끄적이는 낙서도, 몸 굴려가며 치는 배드민턴도, 이곳에 재능이 있는지에 관계없이 학생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하지 않다고 여긴다. 그리고 그들이 흔히 말하는 말썽쟁이로 분류하겠지. 반면 성적이 좋은 학생이 다른 분야에서 조금만 잘해도 '정말 너는 훌륭한 학생이구나! 자랑스럽다!' 하며 등에 날개를 달아주며 하늘 위로 받들어 준다.

우리 학교도 똑같다.

우리 학교는 기본적으로 수학과 영어 과목에 등수를 매겨 3가지 반으로 나눠서 수업을 한다. 그리고 개인 열람실을 학년 석차를 통해 지급했는데, 전교 50등까지의 우등생이 한 자리씩 차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열람실에 들어가는 인원수는 그 반의 '국력'이자 '브랜드'였다. 열람실에 들어가는 인원이 많을수록 담임선생님의 어깨는 잔뜩 힘이 들어갔고, 얼굴에는 더욱 찬란한 미소가 피어났다.


열람실의 얘기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나는 수학은 A반으로 꽤나 잘하는 편이었지만, 영어는 C반에 다른 과목들도 아마 이쯤 하고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아마 나는 그저 한 반의 인원수를 맞추는 학생 정도의 한 명으로 생각하겠지. 아니 그보다 영어를 아주 못하는 학생으로 기억될 것이다. 운 나쁘게 담임선생님은 수학이 아닌 영어 담당이었으니.


2학년의 첫 중간고사는 이제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여학생이 나의 옆자리에 온 지 2주가 채 안되어간다. 그 아이의 키는 얼추 150 정도로 보인다. 체구는 딱 생각하는 작은 여학생 정도이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당시 우리 학교는 두발규제가 상당했는데, 결국 나중에는 어깨까지 머리카락이 잘렸다. 한 가지 특징을 꼽자면, 얼굴이 정말 새하얗다. 핏기 없이 하얗기만 한 것이 아니고, 보고 있자면 따뜻하고 온화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가디건이다. 그 아이는 한 여름인 지금도 가디건을 입고 있다. 그때는 그것이 여학생의 새 하얀 피부 유지 비결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처음 전학 왔을 때, 그 당시에는 동복만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고 하더라. 이 대답에서 그 아이의 성격을 알 수 있듯, 그 아이는 생각보다 빈틈이 많았다.


"중간고사가 이제 3주 앞으로 다가왔으니, 오늘부터 한 명도 빠짐없이 야자에 참석하도록" 담임선생님의 힘껏 들어간 목소리로부터, 학생들에 대한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우등생에 대한 기대감이겠지.

담임선생님의 으름장에도 나는 당연히 쫄지 않았다. 8교시가 끝나자마자 가방을 두고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요즘 빠져있는 게임을 집에 가서 할 생각에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도 가벼웠다.


그날 밤 꿈에서 나는 무더운 아스팔트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 옆으로는 모두가 패딩을 입은 채로 지나다녔다. 그리고 눈이 펑펑 내렸다. 너무나 많이 내려 내 무릎까지 쌓였다. 그 순간 눈은 전혀 차갑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그 아이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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