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야기는 그 가디건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2009년 여름, 분당고등학교 2학년.
자신의 얼굴에 올라온 여드름 때문에 불긋한 얼굴은 언젠가는 새하얗게 바뀔 거라고 굳게 믿는 소년이 있다. 소년은 수업시간이면 친구들과 놀기를 좋아하며, 늘 화투패를 가지고 다니며 친구들과 내기를 하곤 했다. 유행은 꽤나 지났지만 타짜에 나오는 것을 흉내 내며 킥킥대고 웃었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화투 패로 치냐? 돈으로 치지." 내 앞의 자리의 친구가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나는 내 목소리가 조금 컸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굽혔던 허리는 그래도 두고 고개만 올려 칠판을 바라봤을 때는 이미 늦었다.
"너네 다 나와" 선생님의 딱딱한 목소리는 등의 식은땀을 흐르게 했다.
왼손에 들고 있는 화투패를 한 손으로 숨기기에는 그때의 나의 손이 너무나도 작았다. 어떻게든 숨겨보려던 나의 노력은 새하얀 교실 바닥이 붉게 물들었음을 보았을 때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
어느새 선생님은 가까이와 바닥에 뿌려진 화투패를 하나씩 줍고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눈을 감았다. 그 닫힌 눈꺼풀 아래 나를 처벌할 오만가지 생각이 들고 있을 터였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대폭발을 기다리는 듯 누구 하나의 숨소리 없이 고요했다. 나는 이때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히는 게 무슨 느낌인지 느꼈다.
"둘 다 점심시간에 교무실로 와" 선생님은 눈을 떴다.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선생님의 표정은 매우 온화했다.
평소라면 몸에 돌덩이를 매달은 것 마냥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시곗바늘이 었지만, 오늘은 날개라도 단것 마냥 12시 정상을 향해 날아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12시가 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교무실에서는 살면서 가장 심하게 혼났던 것 같다. 군대에서의 악마 같던 선임도 그렇게는 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의 소년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렇게 길었던 점심시간이 지나가고 나는 못 먹은 점심을 먹기 위해 급식실로 갔다. 아무도 없는 급식실에서 밥을 먹으면서 잘못을 했다는 뉘우침보다는, 그때 화투패를 숨기지 못한 억울함이 밀려왔다.
"그것만 주머니에 넣었어도" 고기완자를 씹으면서 그때 순간과 함께 곱씹어 삼켰다.
혼자 밥을 늦게나마 먹고 교실로 들어갔다. 다른 과목 수업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담임 선생님도 나의 소식을 들었는지, 담임선생님이 교탁 앞에 서있었다. 나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조용히 자리에 들어가 앉았다. 하지만 이건 나를 위한 스포트라이트가 아니었으니, 고개를 들어 보니 담임선생님 옆에는 더운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가디건을 걸치고, 자기 체구보다 조금 큰 가방을 메고 있는 여학생이 있었다.
"오늘 새로 온 학생이니 잘 지내도록 하고, 자리는 저기로 앉아라" 선생님은 손으로 내 옆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 옆에 있어야 할 나의 타짜 친구가 없다는 것을 이제 알아차렸다. 아마 오전의 사건으로 나의 타짜 친구는 저 멀리 나와 격리되었다. 대신 나의 옆은 뜨거운 해가 보이는 창문과, 이 여학생이 차지했다.
나는 미간을 모으고 한숨을 쉬었다. 앞으로의 수업시간에 보냈던 행복을 다시 찾을 수 없다는 것에.
그리고 선생님의 다음 한마디에 내 머릿속은 굴욕감으로 하얗게 비워졌다.
"저 애가 공부를 방해하면 언제든지 말하렴"
나의 얼굴은 여드름 때문인지, 여학생에 대한 창피함 때문인지 그날따라 더욱 붉게 보였다. 기분 좋은 달콤한 냄새가 내 코안으로 밀려 들어와 뇌를 마비시킨다. 그 여학생의 가디건이 풍기는 냄새는 지금도 그날의 모든 분위기를 떠올리게 해 준다.
이렇게 이 이야기는 붉은 화투 패로부터 그 여학생의 새하얀 얼굴 위로 옮겨진다.
새하얀 교실 바닥에 붉게 뿌려진 화투패처럼, 나의 붉은 얼굴은 새하얀 여학생의 얼굴에 이미 가득 뿌려져 있었다.
나의 붉은 청춘은 이미 깔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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