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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Feb 26. 2024

시간의 말들 : 시간 부자로 살기 위하여

조현구 / 유유

p89
우리는 오늘도 타인에게 보여 주기 위한 명장면을 만드느라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다. 성공, 승리, 획득 뭐 이런 따위 말이다. 이 명장면은 분명 오늘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하지만 먼 훗날 서랍에서 앨범을 꺼내 오늘을 되돌아볼 때, 이 명장면이 반드시 행복으로 기억되지는 않을 것이다. 바르트의 말대로 그 장면 속에는 개인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더 뿌듯한 내일을 원한다면 사소한 시간 하나하나를 소홀히 하지 말자. 소박한 오늘을 보내는 나만의 시간이지만, 그 속에는 영화의 규칙처럼 내일을 행복하게 해 줄 결정적 장면이 반드시 숨어 있을 테니까.


나는 아이들에게

"책 읽어."라고 외치던 엄마였다.

비록 책 읽는 엄마는 아니지만,

독서가 중요하다는 사실엔 동의하는 엄마였으니까.

아이들은 책을 읽지 않았다.

억지로 읽어 갔다.

엄마가 시키니까.

안 읽으면 혼날 테니까.


억지로 읽는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거기엔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고,

책 읽는 귀여운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하루를 자랑하는 마음만 남았다.


어느 날,

"엄마는 읽지도 않으면서 나 보고만 읽으래."

라는 아이의 구시렁대는 소리가

숨 쉬는 소리처럼 아주 작게 흘러나왔다.


"책 읽는 건 참 좋은 거야."

라고 설명하면서

그 좋은 일을 하지 않는 엄마였기 때문이었을까.

순간 부끄러웠던 마음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날부터 책을 읽었다.

아이들의 그림책이 아닌

아주 작은 글씨가 빼곡하게 찬 어른용 책을.

책장에 꽂힌 채 빛만 바랜 새책들을 하나씩 꺼내 읽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여전히 숙제로 읽고,

용돈벌이로 책을 읽는다.

그 모습은 내 눈에만 담아둔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내 모습을

아이들의 눈에 남긴다.

언젠가,

어떤 조건이 붙지 않아도 내 옆에서 함께 읽을 날이

오길 바라서.


그땐 정성껏 사진을 찍을 테다.

무심한 듯 근황보고로 올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날은 날아오는 좋아요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마음껏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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