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도 Feb 12. 2024

마민카 식당에 눈이 내리면

조수필 / 마음연결

p85
수정된 원고는 침착한 손끝으로 저장되었다. 그러고는 우상단에 초록색으로 떠 있는 '발행'이라는 글자에 마우스 커서를 갖다 대는데...
놀란 심장이 갑자기 동요를 일으킨다. 역시 안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노트북 화면을 덮으려다가 다시 한번 길게 호흡을 가다듬어 본다.
그렇게 몇 분이나 흘렀을까. 결연한 얼굴로 마른침을 삼키고는 온몸의 신경세포를 오른쪽 검지손가락에 집중시킨다. 클릭. 마침내 클릭. 세 글을 발행했다.


브런치 승인 메일을 받고

첫 글을 발행할 때

기분이 딱 이랬다.


"이런 글 올려도 될까?"

"누가 비웃으면 어쩌지?"

"내가 아는 사람이 읽으면 어떡해?"


그래서 첫 글을 발행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글을 쓰고 저장만 했다.

발행은 차마 누르지 못했으니.


그렇게 쌓아놓기만 했던 글을

더는 쓰지 않는 시간도 있었다.

모든 핑계의 속내는 결국 두려움이었다.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보이는 일.

의연하게 대처할 용기가

무척 필요했다.


그러다 깨달았다.

욕을 할지, 비웃을지, 공감할지는

발행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첫 글을 발행하던 날.

세상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나 혼자만 호들갑이었을 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9개월 동안 고민만 하던 과거의 나에게

좀 더 용기 낼 순 없었냐고 외치고 싶지만,

첫 글을 발행한 과거의 나에게

참 잘했다고 칭찬하는 마음만 남겨본다.


발행.

가볍게 눌러본다.

이전 15화 좋은 일이 오려고 그러나 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