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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Feb 01. 2024

주제 : 나의 성격

미션 : 직접 인용해 보기

처음 보는 장소, 처음 접하는 음식 재료, 처음 시도하는 일엔 늘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대범하게 시작한다.
무모하게 자신감만 넘치는 사고뭉치가 바로 나다.

다만, 차만 타면 돌변한다.
간이 배 밖으로 나왔던 나는 심장이 콩알만 해지고 만다.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하고 시동을 거는 순간, 슬슬 손바닥에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작은 불안증은 언제부턴가 또 다른 내가 되었다.

'저 차는 나에게 오지 않는다.'
'저 버스는 직진하는 차다.'

주문 같은 확언으로 마음을 달래 보지만, 옆 차선의 차들이 꼭 나를 향해 달려온다는 기분은 떨쳐지지 않는다.
내 머릿속에 끊임없는 시뮬레이션이 반복되고, 심장은 쿵쿵대다가 쿵쾅거리고 터질 것처럼 빠른 심박수로 치솟는다.
아이들과 함께 이동하는 차 안이라 불안함을 내비칠 수도 없는 상황. 내가 호들갑을 떨며 무서워하면 아이들도 덩달아 겁을 내니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빨갛게 남을 정도로 두 주먹을 꽉 쥐고 들숨, 날숨에 정신을 집중한다.
불안도 병이라고 전염성이 어찌나 강한지.
막내가 아주 어릴 때, 생각지도 못하게 입 밖으로 나와버린 고함소리. "꺄!!"
이 한 번으로 막내는 한동안 차를 타지 않겠다고 울었더랬다.
지금은 다행히 잘 타고 다니지만 그때의 나는 불안증에 미안함까지 보태져 더 차를 타기 힘들다.

나는 드라이브를 참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꽃이 이쁘다는 곳을 찾아 달리던 그날.
우연히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말았다.

그 후부터 옆 차선을 똑바로 볼 수 없게 되다가,
어느샌가 옆 차선의 차들이 점점 우리 차 옆으로 바짝 붙는 것 같았다.
지금은 옆 차선의 차가 내가 있는 쪽으로 핸들을 꺾어 들이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남편은 뭘 그렇게까지 생각하냐고 하지만,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온몸의 세포가 그렇게 느끼고 있을 뿐.


우울한 사람은 과거에 살고
불안한 사람은 미래에 살고
한 사람은 현재에 산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글을 보고 나의 상태를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나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고 상상하면서 항상 불안을 키워갔다.
차를 탄 현재의 목적은 온데간데없고,
'차를 탔다.'는 행위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마는 거다.
차가 출발하는 것과 동시에 알 수 없는 미래를 혼자서 탐험하기 시작하는 순간들.

하지만, 나는 결국 알게 된다.
옆 차가 나를 들이받는 일도,
마주 보고 오는 차가 중앙선을 넘어오는 일도,
뒤에서 큰 트럭이 우리를 깔아뭉개는 일도,
결국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내가 상상하며 불안해하던 미래는 일어나지 않았다.

'불안한 사람은 미래에 살고'
이 글은 나에게 현재의 외출 목적에 집중하게 했고,
일어나지 않은 일을 떠올리는 횟수를 줄여갔다.

열 번에서 아홉 번, 아홉 번에서 여덟 번. 차근차근.

그렇다고 내 작은 불안증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가끔 5톤 트럭이 사이드 미러에서 보이면 나도 모르게 교통사고 장면이 사진처럼 떠오르기도 하니까.
조수석 문을 올라타기 전, 주문을 외워본다.

우울한 사람은 과거에 살고

불안한 사람은 미래에 살고

평안한 사람은 현재에 산다.


마음이 더는 흔들리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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