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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Feb 02. 2024

주제 : 우리 가족

미션 :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

우연히 본 이 사진이 나는 참 좋다.

가족 하면 떠오르는 사진.



모두가 한 곳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는 와중에, 한 성인남성이 누군갈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두 팔을 번쩍 들고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듯한 행동을 하는데, 한 손엔 따뜻한 커피가 또 다른 손엔 화사한 꽃다발이 들려있다.

기다리던 사람은 수능을 마치고 나오는 딸이었고, 보자마자 볼을 맞대고 꽉 안아주는 그 성인남성은 아빠였다.

딸에게 꽃다발과 따뜻한 커피를 건네고 수능 친 날이라며 현수막 앞에서 기념촬영까지 해주는 다정한 아빠.

연달아 올라온 세 장의 사진은 볼 때마다 가슴 뭉클하게 했다.



가족 사랑을 표현한 많은 사진들을 봤지만, 이 사진만큼 기억에 남는 사진은 없었다.

처음엔 '엄청난 딸바보시구나.' 하며 보고 지나쳤던 사진이었다. 하루가 지나고 우리 집 아이들을 보면서 그 사진이 다시 떠올랐다.

'무뚝뚝한 부모 만나 우리 애들은 이런 이벤트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괜스레 미안했다.


가족이란 테두리로 묶인 여섯 명.

동상이몽인 6명이 모여 사니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우리 가족.

돈 벌어오는 일, 주말에 종종 여행 가는 일이면 아빠의 소임을 다했다고 믿는 남편.

어디서 보고 들은 건 많아서 "아들은 아빠하고 많이 부대끼고 해야 사춘기도 수월하게 지나간대. 애들하고 같이 좀 놀다 와."라며 등 떠미는 나.

아이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엄마와 아빠의 모습에 혼란스럽기만 하다. 자신들도 호르몬의 영향으로 다양한 감정 변화를 겪고 있는 사춘기인데 부모까지 왜 저러나 싶지 않을까.

이 집에서 그저 신날 수 있는 건 초등학생들 뿐.


"남자들 원래 그래. 다 그렇게 살아. 책에서 뭐라 그러대?"

한마디에 그냥 마음을 내려놨다.

가정폭력 없고, 바람 안 피고, 도박 안 하면 됐다고 이벤트 없어도 잘만 살았다며 마음을 다독였다.

남편에게 기대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어느 날.

A4 용지 한 장을 자랑스럽게 꺼내며 옆에 앉아보란다.

연봉 협상을 잘한 것 같다고, 올해는 작년보좀 더 낫지 않겠냐며 종이를 내미는 남편.

제 할 몫을 해냈다는 뿌듯한 기분에 엄청 고양된 상태였다.

돈 벌어오는 게 다가 아니라고 말해도, 가장이라 돈 버는 일이 제일 중요하단다.

하긴,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책임감 강한 것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좋게 생각해야 좋게 보이는 거다.

남편은 다정함 대신 책임감을 가졌다고 태세 전환해 보지만 다정함이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는 본심이다.


세모, 네모, 동그라미가 모여 맞지 않는 옆면을 맞춰가며 사는 게 가족 아닐까.

덜렁대는 나 대신 꼼꼼하게 가계부 챙기는 남편이 있으니 안심이다. 돈 벌고 늘리는 게 최고의 목표인 남편 대신 내가 아이들 건사하면 되는 일.

아들이 남자로 커가는 동안 아빠가 자주 필요하지만, 그럴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덜컹대고 삐걱대는 우리 가족.

현재까진 이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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