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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Feb 04. 2024

주말 주제 : 노래 듣고 떠오르는 단어 5개로 글 쓰기

늘 그대 / 양희은

어쩌면 산다는 건 말야
지금을 추억과 맞바꾸는 일
온종일 치운 집안 곳곳에
어느새 먼지가 또 내려앉듯
하루치의 시간은 흘러가
뭐랄까 그냥 그럴 때 있지
정말 아무것도 내 것 같지 않다고 느껴질 때
가만히 그대 이름을 부르곤 해
늘 그걸로 조금 나아져
모두 사라진다 해도 내 것인 한 가지
늘 그댈 향해서 두근거리는 내 맘
오늘이 멀어지는 소리
계절이 계절로 흐르는 소리
천천히 내린 옅은 차 한잔
따스한 온기가 어느새 식듯
내 청춘도 그렇게 흐를까
뭐랄까 그냥 그럴 때 말야
더는 아무것도 머무르지 않는 게 서글플 때
숨 쉬듯 그대 얼굴을 떠올려봐
늘 그걸로 견딜 수 있어
모두 흘러가 버려도 내 곁에 한 사람
늘 그댄 공기처럼 여기 있어
또 가만히 그댈 생각해
늘 그걸로 조금 나아져
모두 사라진다 해도 내 것인 한 가지
늘 그댈 향해서 두근거리는 내 맘
늘 그대 곁에서 그댈 사랑할 내 맘


눈물, 감동, 의미, 기쁨, 소망.



양희은 님의 <늘 그대>라는 노래는 왜 날 눈물짓게 할까?
노래 한 곡이 시작하기 전부터 감정이 울컥 차오를 때도 있었고, 어느 날은 노래가 거의 끝나갈 때쯤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흐르게 되는 날도 있었다.
단 한 번도 그냥 무던하게 넘어가지지 않던 노래.
무척 감동적이라고 지인들에게 노래를 추천하곤 했지만, 어떤 의미를 지닌 감동인지에 대해선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오늘도 이 글을 쓰기 전에 조용하게 노래를 들었다. 어김없이 차오르는 눈물. 한동안 넘쳐흐르는 감정을 추슬러야 했다.
문득 내 눈물에 대한 의미가 궁금했다.
크게 어떤 감정을 느끼며 듣는 것도 아니었는데 왜 어김없이 눈물이 흐를까?
노래를 다시 들어 보았다. 이번엔 가사를 보면서.

"가만히 그대 이름을 부르곤 해."
"숨 쉬듯 그대 얼굴을 떠올려 봐."
"늘 그댄 공기처럼 여기 있어."

이 부분의 노랫말이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그런 사람 혹은 무언가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 소망.
그날, 내 기분과 상황에 따라 떠오르는 한 사람은 기쁨이었다.

내가 한없이 힘들고 슬플 때 떠올릴 무언가 혹은 누군가는 살아갈 힘을 준다고 하는 노랫가사가 눈물의 트리거였다.
그 순간 떠올려 보고 싶었나 보다.
이름을 불러 보고 싶었나 보다.
내 마음을 온전히 내어준 누군가를. 혹은 무엇을.

가족은 마음을 내어주고 말고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떠오르는 사람은 아이들, 부모님, 남편이라니.
작정하지 않아도 순간 울컥 차오르는 눈물과 감정은 내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부부싸움 후엔 무조건 내 편인 친정부모님이 계셨고,
사춘기 아들에게 상처받은 날은 남편이 있었다.
뭐 하나 이룬 거 없다고 생각 드는 날은 세상에서 제일 이쁘다고 말해주는 딸이 있었고,
생활비 아끼려고 할인품목 챙겨보고 있으면 취업하자마자 아들카드 줄 테니 가격보지 말고 척척 사라는 아들이 있었다.

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내 편이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준 노래였나 보다.
가족들에게 늘 상처만 받는다고 생각했던 나였는데, 그들 덕분에 위로받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이라 눈물이 차올랐나 보다. 나도 모르게.

이제부턴 이 노래를 들을 때 뜻 모를 눈물을 흘리는 대신 누군가 옆에 있다는 기쁨을 만끽하게 되겠지.
물론, 어김없이 흐르는 눈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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