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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Feb 01. 2024

주제 : 어릴 적 추억

미션 : 대명사 사용 줄이기

어릴 적 추억이랄 게 없다. 

지독히도 가난했고, 온 동네가 알아주는 무서운 엄마가 내 엄마였다.

"미정이 엄마 부른다."라는 말은 온 동네 아이들에게 사랑의 매보다 무서운 말이었다.

그러면 그렇게 고집 피우던 아이도 말을 잘 들었다라나 뭐라나.


새우깡 하나에 100원 하던 시절.

같은 반 친구가 부모님 몰래 가져온 마루인형을 본 나는 그 인형 너무 갖고 싶었다.

간절하게 바라는 하나였다.

하지만 엄마한테 말해봐야 본전도 못 찾을걸 안 나는 아빠한테 부탁했다.

"아빠, 나.... 마루... 인형이 갖고 싶어요."

아빠는 엄마한테 물어본다는 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고, 어린 나는 깨달았다.

ㅡ 마루인형을 가질 수 없겠구나.

상실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가져보기도 전에 이미 빼앗긴 기분. 다시는 손에 넣을 수 없을 거란 절망까지 느꼈다.

급기야 나는 마루인형을 알게 한 친구가 미워졌고,

마루인형 하나 척척 사주지 못하는 가난한 우리 집도 싫어졌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마루인형이 꼴도 보기 싫다.

딸이 원한다고 척척 사다 바치는 남편 덕분에 우리 집엔 팔이나 다리가 하나씩 부러진 인형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얼마 안 하는데 뭐 어때. 곧 어린이날이잖아."

그렇다.

어린이날이 아닌데도 마음껏 사다 주는 남편 덕분에 우리 집 딸은 자신이 어떤 호사를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 귀한 마루인형을 함부로 대한다.

'그렇게 막 대할 몸이 아니라고. 얼마나 귀한 마루인형인데.'

속으로 구시렁대고 혼자 씩 웃는다.


널브러져 있는 인형들을 치우다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마루인형 하나 못 사준 엄마, 아빠 마음은 어땠을까?'

내가 인형 사달라는 말을 한 날,

속삭이듯 부부싸움하던 부모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혹시 마루인형을 사줄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자는 척을 했던 나. 말다툼하는 게 내 탓인 거 같아 듣지 않으려고 얼른 잠들었던 그날.

어떤 대화가 오고 갔을지 지금은 알 것 같다.

'하나 사 주자.'

'그러고 싶지. 월급이 안 들어왔잖아.'

'그럼 생일 때라도 사 주자.'

'그때 가보고 사주던가 하자.'

라는 말을 주고받지 않으셨을까.

속상한 마음을 담은 말투가 어린 딸에겐 말다툼으로 보였을지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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