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건물 사이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
위아래로 마구 불어대는 바람을 내 품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할 마음이었을까.
잔뜩 움츠린 몸은 누구도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고슴도치 같았다.
친구들의 수군대는 소리에 무심히 고개 들었던 나.
눈길 닿은 곳엔 봄을 닮은 아이가 있었다.
꺾을 수 없어서 하염없이 올려다봐야 하는 나무.
높은 나무 가지 위로 핀 화사한 벚꽃이었다.
꾸밈없는 미소.
누구라도 무장해제 시키는 초승달 모양의 눈웃음.
몸에 밴 에티켓.
모두에게 예의 바른 몸짓과 말투.
단추 하나를 풀고 소매를 걷어 올렸을 뿐인데, 그 아이만의 매력인 양 부풀려 기억됐다.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따뜻한 바람에 스르륵 풀려버린 그때.
잠깐 바라보는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됐다.
심장은 뛰는 것이 아니라 두근댄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한 그 아이.
첫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