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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Jan 30. 2024

주제 : 음식과 요리

미션 : 한 문장 예쁘게 만들어 보기.



"내 맘대로 좀 하면 안 돼요?"


사춘기 아들의 가시 돋친 말은 듣는 나만 아프게 한 게 아닌 모양이다.
후회가 묻어나는 눈빛.
주저하며 눈만 살짝 피할 뿐, 먼저 사과하는 법은 없다.
일자로 꾹 다문 입,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자신이 엄청 기분 나쁘다는 것을 표현하는 아들이다.
입은 뒀다 뭐에 쓰려는지 온몸으로 짜증을 뿜어댄다.

엄마보다 훌쩍 커버린 몸,

엄마는 모르는 남자들만의 세상을 살고 있는 아들이지만 내 눈엔 그저 밤새 업어 재우던 아들일 뿐이니.
아들과 나 사이는 마치 콩깍지가 벗겨진 커플 같다.
이상형이라 믿었던 존재에서 현실적인 눈으로 보게 되는 오래된 연인이랄까.

화르륵 올라온 감정이 가라앉길 기다린 후, 먼저 말을 건네는 건 내 몫이다.
"오늘은 매운 걸 먹어야 될 기분이야."
"....."
"맵단(맵고 단 음식)? 불맛(맵기만 한 음식)?"
"...."
첫째는 여전히 침묵을 유지하고 동생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한다.


눈치 없이 해맑아주는 녀석들이 참 고마운 순간이다.
"난 매운 거 못 먹어요. 치킨!!!"
"앗, 치킨은 ㅇㅇ통닭이 최곤데."
"거긴 배달 안되잖아."
열띤 토론을 벌이는 그때.

"불닭발에 통구이하면 매운 것도 안 매운 것도 해결되잖아. 배달도 되고."
묵직한 목소리가 슬그머니 끼어든다.
그렇게 우리 모자는 화해의 물꼬를 트는 데 성공했고, 불닭발을 기다리는 동안 남은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는 엄마의 지나친 관심이 간섭받는 것 같다고 느꼈단다.
이야기해 주지 않으니 몰라서 궁금했을 뿐이라고 말했더니 알고 있다는 아들.
그런데, 순간적으로 화가 난단다. 이유도 없단다.

어색했던 우리 두 모자를 가깝게 해주는 불닭발.
오고가는 불닭발 속에 샘솟는 콧물.
주고받는 물티슈 속에 싹트는 애정.
슬쩍슬쩍 마주치는 눈빛 웃음기가 가득하다.

오늘은 남편하고 남은 이야기가 있으니,
슬쩍 물어봐야겠다.
"여보 오늘 뭐 먹고 싶어?"


'내가 어른답게 먼저 손을 내밀테니 너는 그 손길을 받도록 하여라.'

라는 속내는 나만 아는 비밀이다.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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