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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Feb 10. 2024

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

이수연 / 클레이하우스



ㅡ 사랑하는 사람이 남긴 마지막 말을 들을 수 있다면?
ㅡ 자살자가 겪고 있던 문제들을 꼼꼼히 살펴 유가족들에게 진실을 밝혀주는 심리부검센터.
ㅡ 간절한 마음이 모여 생긴 기적 같은 일!!



◇심리부검센터로 의뢰한 네 개의 이야기.
◇심리부검센터를 운영 중인 지안과 상우의 이야기.
로 구성되어 있다.


아는 사람 중에 자살자가 있다.
남편, 전 남자 친구, 딸, 엄마.
이들은 유가족들과 가장 친밀했다는 이유로 남은 사람들의 마음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_구해내지 못했다는 자책.
_자기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
_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

유가족의 마음을 위로하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일.
자살자가 겪고 있던 일을 세세하게 밝혀내는 일.
더 이상 스스로 목숨 끊는 일이 없길 바라는 목적으로 국가가 지원하고 공인한 센터.
"심리부검센터"

이곳에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p54
언제부터 울고 있었을까. 슬프다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데 자연스럽게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내게 남은 것은 후회와 그날의 기억이었다. 하나라도 달랐다면. 한 번이라도 물어봤다면. 주열 씨의 죽음을 방관한 사람. 방관한, 나.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그들도. 나 자신도.
p98
한 번만 더 내게 욕을 하고 밀친다면 다시는 오빠를 만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무서우리만치 부드러운 말투로 나에게 사랑한다고 했다. 이 모든 일이 실수에 불과했다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바보같이 그 말이 믿고 싶었다. 그가 아니면 내가 돌아갈 곳은 없었으니까.
p178
들었어요. 말하고 싶었다고, 무서웠다고. 살고... 살고 싶었다고. 저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제 자식인데... 제가 낳았는데 아무것도 몰랐어요.
p244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녀가 '어떤 방법으로 죽었느냐'가 아니라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느냐'에 대한 회고였다. 애도란, 그 삶을 받아들이고 소화해 내는 과정이었다.


지안이 어린 시절, 아빠를 기다리던 곳.
골목 안 '공중전화'가 있던 곳.
아빠의 마지막 말을 듣게 해 준 공중전화가 있던 곳.

그곳에 <심리부검세터>를 열었다.

_직장인 왕따를 당하던 남자의 자살,
_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힘든 사춘기를 보낸 여학생의 자살,
_데이트 폭력을 일삼던 남자의 자살,
_암 선고를 받은 엄마의 자살.

사회적 이슈들을 담은 사연들.
자살자의 사연으로 숙연하게 하고, 유가족들의 슬픔과 고통으로 마음 아프게 했던 이야기들.
유가족들은 애통한 마음으로 의뢰한다.

_왜 죽게 됐는지.
_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했는지.
_왜!!!!


모든 정황을 세세하게 밝혀낸 후,
지안은 유가족에게 제안한다.

정말 소중했던 사람. 정말 간절한 사람.
그런 단 한 사람만이 고인의 마지막 마음을 들을 수 있다고!!

믿기지 않겠지만, 세상엔 가끔 믿을 수 없는 일도 일어나지 않냐고.
바로 지금 이 시간이 아니면 통화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간절함이 모여,
단 한 번의 기적을 일으켜주는 시간은 바로!!!!
(......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꼭!!)

유가족 마음에 남았던 응어리가 녹아내리는 동안에도,
지안은 여전히 비밀을 간직한 채, 어떤 감정도 표현하지 않는다.
어떤 사연이 있길래 이렇게 의연할 수 있을까.
궁금하던 차 주인공의 사연이 공개된다.


작가는 본인이 폐쇄병동에 있었고,
죽음에 파묻혀 살았다고 한다.
긴 투병 시간으로 정신적으로 지친 상태에서
<에드윈 슈나이드먼 박사의 심리부검 인터뷰>라는 책을 만나게 되면서 심리부검을 알게 됐다.

세상을 떠나고 싶었던 마음에서
세상에 남겨진 사람으로 작가는 변모했다.

생생한 심리 묘사를 통해 작가의 위태로웠던 시간들을 감히 상상해 본다.
글을 쓰는 일로 스스로를 살게 한 작가의 결실이 바로 <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였다.

ㅡ가슴 아픈 슬픔을 치유하고 새롭게 살아갈 마음을 선물하는 소설.
ㅡ아름다운 기적을 선물하는 소설이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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