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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Aug 15. 2022

미국 시골대학 유학생,  한국 대학에서 수업듣기

한국인 미국 유학생 연세대에서 수업듣기

어느 날 학교에서 해외 방문학생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팸플릿을 보게 되었다. 교환학생(Exchange Student)은 내가 다니는 대학과 협정을 맺은 해외 대학을 가지만 방문학생(Visiting Student)은 협정 맺은 대학 이외의 해외 대학에 가서 수업을 듣고 크레딧(학점)을 인정받는다. 우리 학교는 한국에는 협정을 맺은 대학은 없고 일본에 협정을 맺은 대학이 많아서 내 일본 친구들 대부분이 일본 대학에서 온 교환학생들이었다.


자세히 기억은  나지만  팸플릿에 소개되었던 한국 학교 중에 건국대랑 고려대가 있었다. 미국에   3년째, 한국이 살짝 그리워질 때쯤 한국으로 역유학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방문학생으로 한국에 가도 영어로 수업도 들을  있고, 할게 너무 없는 미국 시골에서 벗어나 대도시인 서울에서 공부할  있는 좋은 기회였다. 팸플릿을 보고 바로 학비도 알아보고 강의도 알아보고 학점 인정 등등 필요한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공 강의 스케줄 때문에 한국으로 방문학생을   없었다.


방문학생을 가는 건 포기하고 있었는데 구글의 알고리즘 덕분에 연세 국제 하계 대학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여름 계절학기를 연세대에서 4주 또는 6주간 영어로 듣는 프로그램이었다. 같이 수업 듣는 학생들은 전부 해외 대학에서 온 학생들이고, 교수님들은 대부분 한국인이었지만 연세대 교수님들이 아닌 해외 대학교수님들이셨다. 그래서 연세대 체험하기 + 학점 채우기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연세대에서 수업 듣고, 학식 먹고, 기숙사에서 살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연세대 체험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의 최대의 장점은 학비였다. 연세 국제 여름 프로그램의 강의 3개(9학점)와 기숙사 비용을 합쳐도 우리 학교 강의 3개(9학점)보다 저렴했다. 학비도 줄이고 연대에서 한국 대학 생활을 체험해 볼 수는 기회였다. 6주란 짧은 시간 안에 강의 3개를 들으면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이 됐지만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연대를 가보겠어라는 마음에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7월의 연세대


더운 여름에 한국 대학 체험이 시작됐다. 캠퍼스가 큰 연세대에서의 여름은 정말 힘들었다. 우리학교도 꽤 크다고 생각했는데 연세대랑은 비교도 되지 않았다. 캠퍼스가 너무 커서 6월말부터 8월 초 까지 그 더운 여름에 기숙사에서 강의실이 있는 건물까지 가는 길 15분이 1시간처럼 느껴질 만큼 너무 힘들었다. 외국인학생들도 너도나도 할것없이 한손에는 손선풍기 다른 손에는 차가운 음료를 들고 다녔다. 넓은 연세대의 캠퍼스와 경사진 언덕을 더위와 싸우며 걸을때면 내 미국 시골 대학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너무 멀은 정문
7월의 연세대


연세대에서 미국 대학에서 해보지 못한 내 로망 하나를 실천할 수 있었는데 바로 계단식 강의실이었다.   

대학 입학 전, 항상 내가 보던 영화나 드라마에선 대학교 수업장면에 계단식 강의실이 등장했다. 그래서 미국에서 고모부 수업을 청강하기 전까지는 사실 대학 강의실 대부분이 계단식인 줄 알고 있었다.


미국에선 전공 특성상 정원이 20명 정도인 강의만 많이 있어서 딱 한번 계단식 강의실을 구경만했었다.

그래서 연세대에서 인원이 많은 강의를 선택했을  혹시? 하고 기대를 했다. 강의 3  2개를 계단식 강의실에서 수업하게 됐는데 많은 학생들과 함께 강의 듣는  처음이라서 영화에서 보던 진짜 대학 수업 같았다. 드디어  로망을 실천하게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시간이 지날수록 계단식 강의실에 대한 단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학생 수가 너무 많아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의 거리가 좁았고, 교수님이 계신 자리에서 모든 학생들이   보여서 강의 중에 졸면 너무 죄송했다... (특히, 아침 수업은 너무 힘들었다...)




강의를 들으면서 친해진 친구들은 없었지만 페이스북을 통해서 친해진 친구들이 있었다. 연세 국제 하계 대학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수업 시작  먼저 친해질  있는 기회가 있었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이것저것 정보도 공유하고 같이  사람을 구하기도 했다. 나도 이곳에서 '반포 한강 무지개 분수를 같이 보러  사람!'이라는 글을 통해서 친구들을 만났다.


처음에만 해도 나는 그냥 이 모임의 1/N 명이었다. 한국인과 외국인들이 30명 넘게 있던 단체 카톡 방에서 약속 시간 조율로 인해 점점 인원수가 줄어들었고 결국 한강에 같이 간 애들 중 나 혼자 한국인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길 안내도 하고, '한강에서는 치맥이야'라고 소개하며 치킨도 주문하고, 라면은 꼭 한강 라면을 먹어야 한다며 라면을 사러 가면서 나는 어쩌다 보니 리더가 되어있었다.



밤 11시에 신촌에서 아이스크림먹기



한강에 같이 간 친구들 중에 취향이 비슷했던 애들이랑 친해지며 본격적으로 서울 밤을 즐기기 시작했다. 나도 서울에서 사는 건 처음이어서 외국인 친구들과 같이 서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관광을 즐겼다. 너무 더웠던 낮을 피해서 저녁에 많이 돌아다녔는데 식당도 카페도 쇼핑몰이랑 노래방까지 밤에 갈 수 있는 곳이 진짜 많았다. 특히, 신촌에는 밤 12시가 넘어도 길거리에 사람이 많았다. 24시 카페에서 새벽 1시에 빙수도 먹고, 우리 학교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새벽 3시에 캠퍼스에서 맥주 마시기를 하면서 친구들과 나는 서울의 밤을 원 없이 즐겼다.  



출처 연세대 홈페이지



연세대에서 수업을 듣는 동안 나는 기숙사에서 생활을 했다. 당시 국제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학교 안에 기숙사는 2개가 있었는데 한 곳은 여학생 전용으로 공용 화장실을 쓰는 기숙사와 남녀 공용으로 각 방에 화장실이 있는 기숙사가 있었다. 가격차이도 많이 나지 않아서 나는 당연히 방안에 화장실이 있는 좋은 기숙사를 선택했다. 신청하면 다 들어갈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사람이 몰려서 떨어지는 사람이 발생했다. 그 떨어진 사람들 중에 내가 있었다. 미국에서 기숙사 운이 꽤 좋았던 편이었는데 한국에선 운이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공용화장실이 있는 여학생 전용 기숙사로 가야 했다.



내가 찍은 연세대 기숙사 International dorm



내 대학 인생에서 제일 작은 기숙사 방이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도 작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방이 진짜 작을 줄 몰랐다. 미국에서 기숙사 방 컨디션 때문에 불평 불만했던 건 다 잊어질 만큼 엄청 실망이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책상과 침대, 현관 옆쪽에 있는 옷장 하나가 끝이었다. 방이 너무 작아서 나의 사생활과 룸메의 사생활을 공유하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공유해야 하는 방이었다. 바로 앞쪽에 있는 남녀 공용 기숙사도 방 사이즈는 비슷했다고 들어서 '한국 기숙사는 원래 이렇게 방이 작은 건가? 아님 서울 땅값 때문에 방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해서 방 사이즈가 작아진 건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연세대 기숙사
연세대 기숙사


연세대 기숙사

  

연세대 기숙사


방문은 카드 키로   있어서 호텔처럼 방안에 키를 꽂아야 전기가 들어왔다. 룸메나    하나는 카드 키를 넣어야 하는데 내가 키를 넣은 날에 먼저 나가게 되면 카드를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룸메는 에어컨이 멈춘 방에서 자면서 더위와 싸우다 어쩔  없이 일어나야 했다.


연세대학식
아직도 가끔 생각나는 소고기 짬뽕밥



기숙사에 살면서 제일 기대했던 건 연세대 학식이었다. 기숙사에 학식이 포함이 아니었지만 학식이 맛있다는 소문을 들어서 꼭 먹어보고 싶었다. 식당도 여러 개 있어서 선택지가 꽤 많았고 맛도 괜찮고 가격도 적당해서 학식을 많이 먹게 되었다. 신촌에 나가서 맛있는 걸 사 먹어도 되지만 솔직히 너무 더워서 걸어서 신촌까지 나가기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학교 안에서 밥을 먹어야 했다. 그리고 나는 보통 하나에 꽂히면 그거만 계속 파는 스타일이었는데 하필 그 더운 여름에 부를샘이라는 학생식당에서 팔던 소고기 짬뽕밥에 꽂혀서 연대 생활 6주 동안에 3주 정도는 점심에 소고기 짬뽕밥을 먹었다.    






연대에서의 6주는 엄청 짧게 순식간에 지나간 느낌이 들었다. 조금 더 놀고 싶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느껴질 때 쯤 기말고사가 다가왔다. 너무 놀았는지 성적이 최악이었다. 처음으로 여름학기에 공부를 했는데 6주 동안 강의 3개는 나한테 무리였던 거 같다. 나중에 미국에 돌아가서 연대에서 받은 학점을 인정받았는데 다행히 GPA에는 포함되지 않아서 내 GPA를 더 떨어뜨리지 않고 지킬 수 있었다.


한국 대학 체험은 대만족이었다. 날씨가 더워서 너무 힘들었지만 우리 학교랑 비교도 안되는 큰 캠퍼스에서 공부도 해보고 서울 관광도 하고 여러 나라에서 온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 대학에서 강의를 들었지만 클래스 메이트들이 대부분 외국인들이어서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미국에서 공부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미국으로 대학 가기로 결정한 뒤에 한국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는데 짧게라도 한국 대학생활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도 내 방 한쪽에 연세대에서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 붙어있는데, 사진을 볼 때마다 그때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이 생생하게 날 정도로 연세대에서의 생활은 나에겐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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