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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5년 동안 직접 머리를 잘랐던 이유

미국 미용실에서 파마한 후기

by Amy

미국 미용실 비용이 비싸다는 이야기를 듣고, 중학생 이후로 하지 않았던 단발머리에 손질하기 쉬운 펌을 하고 미국으로 갔다. 그러나 6개월 뒤, 머리가 길어지고 펌이 풀리자 다시 펌을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고모가 다니던 미용실을 찾기로 했다.


그곳에서 고모의 머리를 맡아온 헤어 디자이너는 외국인이었지만, 동양인인 고모의 머리를 꾸준히 담당해온 분이라 나도 믿고 맡길 수 있었다. 게다가 학생인 나에게는 특별히 할인을 해주겠다고 해서 더욱 기분 좋게 머리를 하게 되었다.



머리하기 몇 달 전/ 머리한 후


하지만 결과는 내 예상과 전혀 다르게 히피펌이 되어 있었다. 그것도 예쁜 히피펌이 아니라,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아줌마 파마’ 스타일이었다.


내가 원했던 스타일과는 너무 달라 당황스러웠다. 의사소통의 문제였는지, 미국과 한국의 펌 스타일 차이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무리 영어가 서툴러도 한국 미용실처럼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예쁘게 해줄 거라 기대했던 내가 가장 큰 문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를 보고 당장이라도 울고 싶었지만, 헤어 디자이너가 고모의 친구분이라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했다. 그러나 미용실을 나와 차에 타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혹시라도 머리가 조금이라도 풀릴까 싶어 집에 가서 서둘러 감아봤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오히려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하게 곱슬거려서, 다음 날 학교에 어떻게 가야 하나 걱정하며 또 울었던 기억이 난다.


한 번 망친 머리는 쉽게 복구할 수 없었고, 나는 조금이라도 나아 보이길 바라며 매일 아침 고데기로 머리를 손질해야 했다. 그 후로는 절대 미국 미용실에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나는 아마존에서 미용 가위를 사서 직접 머리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탈색머리가 없어질 쯤 한국가는 비행기 안


펌이 망한 뒤로 나는 일부러 머리카락을 계속 길렀다. 짧은 머리는 커트가 어려웠지만, 긴 머리는 대충 잘라도 티가 덜 나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머리 손질에 익숙해지자 점점 욕심이 생겼다. 바로 앞머리!



중학생 때 혼자 앞머리를 자르다가 실수로 처피뱅이 되어버린 기억 때문에 그 이후로는 절대 셀프로 앞머리를 자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스스로 머리를 손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자, 결국 오랫동안 도전하지 못했던 앞머리 컷에도 손을 대기로 했다. 목표는 시스루뱅!


탈색 머리가 거의 다 잘렸을 때


미국에서 했던 펌이 좀 남아 있는 탈색머리


긴머리 커트에 이어 앞머리까지 성공하자, 더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졌다.

"살면서 한 번쯤은 꼭 해봐야지!"

오랫동안 꿈꿔왔던 핑.크.머.리.!!!!


미리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고, 헤어 용품을 파는 가게에 가서 상담도 받으며 나름 철저한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자신 있게 탈색을 시작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내 머리는 두 번을 탈색했음에도 여전히 칙칙한 노란색이었다.


탈색 전에 이미 갈색으로 염색을 한 상태라, 두 번 정도면 완벽한 백금발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색이 잘 빠질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미 염색과 두 번의 탈색으로 머릿결은 포기해야하는 상태였다. 그래도 목표했던 핑크색을 위해 세 번째 탈색까지 감행했다.


마지막으로 핑크색 염색까지 마친 후! 또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른 머리색이 나와버렸다.

내가 원한 건 애쉬핑크, 하지만 내 머리는 핫핑크였다.


파마부터 염색까지, 매번 예상과 다르게 나와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래도 점점 물이 빠지면서 예쁜 핑크머리가 되어갔다. 결국, 첫 탈색과 핑크머리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너무 핫핑크가 나와서 당황했던 첫번째 핑크머리
그나마 내가 원한 컬러에 비슷하게 나왔던 두번째 핑크머리








2년 정도 지나니 염색도 커트도 모두 스스로 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래서 방학 때 한국에 돌아와서도 굳이 미용실에 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셀프로 머리를 관리하며 지내다가, 마침내 탈색한 머리가 모두 잘려 나갈 때쯤, 오랜만에 한국 미용실을 찾았다. 그리고 다시 펌에 도전하기로 했다.



역시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정확히 알아서 예쁘게 펌을 해주는 한국 미용실!!!


'내가 원한 건 딱 이 스타일이었다고!!!'

거울 속, 완벽하게 스타일링된 머리를 보며 히피펌의 악몽이 깨끗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역시 미용실은 한국이 최고!!



번외로

머리를 하면서 헤어 디자이너님과 한참 수다를 떨었다. 내가 지난 4년 동안 셀프로 머리를 자르고 관리했다고 이야기하자, 디자이너님이 놀라며 내 실력을 칭찬해 주셨다. 빈말일 수도 있지만, "헤어 디자이너 해보지 않을래요?"라는 그 한마디가 그동안의 노력과 도전을 인정받은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나 쫌 실력 있었네..? ㅎㅎ"


귀국 때 머리 셀프 염색


한국에서 머리를 한 후, 대학 졸업까지 남은 1년 동안 또다시 염색도 하고, 커트도 하며 셀프로 머리를 꾸준히 관리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스스로 머리를 손질하며 지내다가, 한국으로 귀국했다.


한국에 온 후에는 다시 미용실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미국에서 5년 동안 키운 내 커트 실력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어차피 헤어 디자이너님들이 해준 머리와 내가 한 머리는 비교도 되지 않기 때문에, 이젠 아쉽지만 내 커트 실력은 추억으로 남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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