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험으로 HPV 백신 가다실 9 맞기
미국에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한 블로그에서 미국 보험으로 HPV 백신을 무료로 맞았다는 글을 봤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을지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고민을 한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 비쌌기 때문이다. 마침 매 학기 70만 원씩 내는 유학생 보험을 응급실 갔을 때 빼고는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아까워하던 차였는데, 드디어 보험을 활용할 좋은 기회가 생겼다.
나는 바로 학교 근처 Walgreens에 갔다. Walgreens(월그린)은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드럭스토어인데, 독감 주사 같은 간단한 예방접종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한국에서는 보건소나 병원에서만 주사를 맞을 수 있어서, 약국에서도 주사를 맞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Walgreens에 가서 HPV 백신을 맞고 싶다고 말한 뒤, 보험 카드를 보여줬다. 직원이 내 보험을 조회해 보더니, 추가 비용 없이 백신을 맞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한 번 맞는 데 20만 원이나 하는데, 미국에서는 공짜라니! 앗싸!'
HPV 백신은 총 3차 접종을 해야 한다. 내가 맞은 건 가다실 9이었다. 1차를 맞고 2달 뒤에 2차, 그리고 4달 뒤에 3차까지 총 6개월이 걸린다. 나는 1차를 1월에, 2차는 3월에 맞았다. 원래대로라면 3차는 7월에 맞아야 했지만, 그땐 한국에 있어서 맞을 수 없었다. 그래서 조금 늦게 예정일보다 3주 뒤에 3차를 맞았다.
3차까지 다 맞고 마음 편히 있었는데, 갑자기 보험회사에서 200달러를 내라는 우편이 왔다. '보험에서 다 될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보험 처리가 누락된 건가?'라고 생각하며 전화를 걸었더니, 상담원이 보통 1차만 보험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내가 2차까지 무료로 받았다고 하니, "원래 1차까지만 되는데 너는 운이 좋은 거야"라고 했다. 분명 블로그 후기에서는 3차까지 전부 보험 처리가 됐다고 했는데… 내 보험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그래도 운이 좋아서 2차까지는 보험이 적용됐다고 하니, 살짝 아쉽지만 200달러를 내야 했다.
HPV 백신은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맞을 수 있는 백신이다. '자궁경부암 주사'라는 이름 때문에 여자만 맞는 거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남자 연예인들이 가다실 9 광고를 하며 남자도 맞아야 한다고 많이 홍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혹시 미국 유학 중에 HPV 백신을 맞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남녀 모두 미국에서 보험을 이용해 무료로 맞는 걸 추천한다!
참고로 학교에서는 매년 독감 예방주사를 무료로 해준다. 학교 내 널싱 센터(Nursing Center)에서 맞을 수 있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한 번도 독감 주사를 맞아본 적이 없었다. 미국에서는 독감으로 매년 많은 사람이 사망한다고 들었지만, 나는 지금까지 독감에 걸린 적이 없어서 그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보낸 첫겨울, 바로 감기에 걸렸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한국에 있었다면 바로 병원에 갔겠지만, 미국에서는 병원비가 비싸서인지 감기로 병원에 가는 경우가 드물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병원 대신 약국에서 약을 사다 먹었는데, 감기가 나아지기는커녕 더 심해졌다. 병원에 가지 않아서 감기였는지 독감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기침을 너무 심하게 해서 가슴 통증까지 생겼을 때는 정말 무서웠다.
이때의 경험 덕분에, 나는 그 이후로 매년 독감 주사를 빼놓지 않고 맞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