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비오리

- 오늘 한강은

한강 비오리

- 오늘 한강은

오늘 따라 저 강은 맑고나 밝구나

이른 추위에도

지하철 출근길 나무 의자에 누워

정말 편하게 잠들어 있는 아이야

이제 그만 집에 들어가거라

함께 직장에 출근하자고

흔들어 깨워 줄까 말까

어디라도 찾아가 밥벌이라도 해야지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건

모두가 똑같단다 아이야 일어나거라

한강에 이른 아침 비오리*

자맥질로 먹거리 사냥을 나서자고

간밤 잠자리 떨치고 나왔으니

이제 일어나자 젊은 것아

내 귀에 난 하얀 귀뿔에서는

여전히 테스형이 아프다고 하고

세상이 왜 나한테만 그러냐고 하는데

일어나거라 아이야

지금쯤 물속 세상에서 숨 참으며

날랜 물고기 쫒아가고 있을 서울 비오리들

가쁜 숨비소리 들릴 것이니

이제 그만 일어 나 저 흐름 속에 함께 하자꾸나

내 아이야

오늘따라 이 강은 밝고나 맑구나.

*비오리(Mergus merganser):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는 조류로, 한강에서는 주로 겨울철새로 관찰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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