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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의 강

- 강 이야기 50

by 명재신

메콩의 강


1.


할 말이 많다


무얼 노래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내 맘에는 불이 이는구나


소용돌이치는

저 강물을 부르는 것이냐

급류로 내리는

저 강물을 잠재우는 것이냐


엠*아,

노래하는 엠아


이 강가에서 나는 아직,

물설고

낮선 곳이다만


무슨 노래이든

오늘 하루는

그저 가라앉고 싶을 뿐이다


할 말이 없다,


*엠(Em): 베트남어로 ‘어린 여성’을 친근함과 애정을 담아 부르는 호칭으로 노래하는 젊은 여성 보컬을 지칭



2.


묵어야 쓴다더라

뭐라도

곰삭어야 깊은 맛이 난다더니


너희나

우리나

매 한가지이구나


반주를 하는

아노이*야,


그대 주름에 걸려 있는

가락들이

깊고도 깊구나


엠오이 노랫가락이

두 줄 당응윗** 위에서

춤추듯 노는구나


* 아노이(Anh Noi): ‘Anh’은 ‘오빠’, ‘형’, 또는 존경하는 남성을 뜻하며, 전통 악기 당응윗을 연주하는 중년 남성 연주자 지칭.

**당응윗(Dan Nguyet) : 베트남의 2줄의 전통 현악기, “달의 악기”라는 뜻



3.


다, 돈이라 했다


좋아서 하는 것도

싫어도 해야 하는 것도

결국은


다 돈이라 했다만,


엠아,

가슴에 묻은 이야기

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한

혈육들 부르는

애절한 노랫가락에

애가 타는구나


구음만으로도

처연하다 못해 초연하구나


돈이면 다이더냐,



4.


박수를 치랴

함께 노래를 부르랴


살만 하다고

뽐을 내듯 찾아온

우리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하고프냐

어쩐 사연을 구연하고자 하느냐


불을 보면

전장이 보이고

물을 보면

전선이 보이는데


춤을 추랴

물구나무를 서랴


퉁기는 마디마디

너울이 이는구나



5.


엇*을 씹었구나


애시당초 맵디 매운

세상사

어디라고 만만하더냐고


참아 살아 왔다는 것이냐

참아 살아 간다는 것이냐


입맛을 일으켜

우선은

먹어서 살아 남으라는 것이냐


무엇이 다르랴

어찌하여 다르랴


무엇을 퉁기느냐

그대 곡절은 그저


매운 맛

투성이어서

식은 땀이 나는구나


* '엇(Ớt hiểm) : 베트남의 작고 매운 고추로 우리나라의 '땡초'에 가까움.



6.


모두가 함께 노래하는데 나만 함께 못하겠구나

안타까워라

무엇이 나를 함께하지 못하게 하는 거냐

엠아, 아노이야

내 맘에는 불이 춤을 추는데

강가에 선 즈어 느억* 잎은 바람에 흔들리고도 꺾이지 않더라

강가에 꺼넌* 줄기는 물 위에 떠서도 자세를 잃지 않더라

흔들리며 살자고 흔들려야 살아진다고

손을 내밀어 함께 하자는데

어찌하여 나는 함께 노래를 못하는 거냐

내 눈에는 불 대신에 물이 고이는구나


* 즈어 느억(Dừa nước) : 메콩강 삼각주 지역에서 자생하는 야자나무의 일종으로 물야자.

** 꺼 넌(Cỏ nến) : 부들, 메콩강가의 습지에서 자라는 수생식물



7.


그래,

끊기질 않는 것이구나


강은 처음부터

끝을 생각하질 않았구나


물살은 어제의 발자국을 지우고

물결은 오늘의 그림자를 실어 나르고

물길은 내일의 노래를 부르고 있구나


노랫가락이 끝을 보지 않듯이

어디 세상이 끝이 있더냐


그저 돌고 도는


계절과

눈빛과

이름들


같은 자리에 서서

떠난 이를 부르고

남은 삶을 달래고

잊힌 이름을 되새기니


처연하고도 단단하여라

강줄기처럼


8.


현란하다,


그대가 퉁기는 현이

그대가 부리는 음이


소리를 아우르는

소리가


어찌 말하랴


노래 위에서 노니는

그대의 당응윗 소리는

차마

하늘의 소리다


9.


한 번 불이 붙더니

꺼지지를 않는구나


한 때는 사랑노래로

세상사람들

애간장을 녹였겠구나


지금은 이별노래로

세상사람들

구곡간장을 태우는구나


내 맘까지

대책 없이 타오르는구나


엠아,

그대 가락은 달아올라

오늘 메콩강에

뜨거웠던 한낮 같구나.



10.


취하지 않았다,


구음으로도

절로 노래가 된다


장단만으로

절로 춤이 난다


그대가

부리는 가락들이

이제는

나를 휘어 감는구나

내 맘을 후리는구나


급류를 타랴

격류를 지나랴

역류를 오르랴


돌아가는

그저

조각배여도 좋으리


세상은 이제

가만 두어도

절로

춤이 되리니.



“Đờn ca tài tử(던까따이뜨)”

메콩강의 사랑과 이별 노래로 주로 베트남 남부 메콩강 삼각주 지역에서 연주되며 전통 현악기(당응윗, 당깜, 당코 등)와 함께 즉흥적인 감정 표현이 특징으로 사랑, 이별, 그리움, 고향을 주제로 한 서정적인 노래가 많으며 주로 메콩강 주변의 큰 레스토랑에서 공연을 하고 있음.


메콩강 상류의 캄보디아 접경지대까지 올라가는 투어 중에 만난 메콩강의 사람들이 사는 세상사가 모두 노래에 담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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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