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오메, 아짐찮소
<오메오메, 아짐찮소>
'뭐 하신다요?'
그녀는 '갱본/바닷가'에서 포대에 뭔가를 주워 담고 계단을 오르려고 하고 있었다.
'뭐긴 뭐다요 떠밀려온 쓰레기들이제라'
무거운 포대를 계단에서 받아서 끌어올려 주었다.
정부미 포대 안에는 이런저런 쓰레기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페 비닐, 스티로폼, 플라스틱 병, 유리병 등의 조류에 따라 떠다니다가 쑥섬 '갱본/바닷가'로 밀려든 부유물들이었다.
'매일 이렇게 치우고 계신다요?'
'그래야 쓰제라, 매일같이 손님들이 오신께 이렇게 치워줘야 쑥섬이 깨끗해지제라'
그녀는 동창 모친이었는데도 늘 존대를 했었다.
제법 무게가 나가는 부유물 쓰레기 포대를 같이 끌어서 '본마당/동네 마당'으로 옮겼다.
'그래도 외지에서 쑥섬 볼라고 많이들 오신께 재미가 나요'
머리에 쓴 수건을 벗어 이마에 땀을 닦으며 그녀가 그랬다.
'오메오메, 아침찮고 감사하제라'
그녀는 수건을 털어 다시 머리에 쓰며 '갱본'으로 내려가며 그랬다.
'아짐찮다'는 말은 남도에서 많이 쓰는 '고맙고 감사하다'는 경의의 표현을 할 때 쓰는 말이었다.
'여어가 어디라고 오신다요. 여어가 어디라고'
그녀는 여수에서 뱃길로 고흥에서 찻길로 찾아오는 탐방객들이 고마워서 쑥섬 바닷가로 밀려오는 부유 쓰레기들을 매일같이 주워 치우고 있다고 했다.
탐방길을 돌아다니며 벤치의자도 매일같이 이파리들을 치우고 걸레질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쑥섬은 참 머언 곳이다.
서울에서든 부산에서든 여수에서조차 먼 섬이다. 나로도까지 오는 데에만 여수에서 뱃길로 1시간 남짓 걸리고 고흥에서 출발해서 1시간을 넘게 운전을 해야 나로도항까지 올 수가 있는 섬이다.
고흥을 거쳐서 오려면 구부렁길 국도길을 1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오면 지금은 잊혀진 동래도 포구에서 다시 나로도항으로 가는 '차부선/차를 3~4대 싣고 가는 도선'을 타고 다시 1시간을 바닷길로 가야 나로도항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내나로도와 외나로도를 고흥반도에 잇는 다리가 놓이면서 동래도-나로도 간 차부선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래도 고흥-나로도 간의 국도는 아직도 구부렁길이기에 운전해서 오는 길은 여전히 만만하지가 않은 머언 길이다.
이런 머언 길을 경유해서 나로도까지 오면 또 쑥섬으로 들어가는 '도선/나룻배'를 타야 했으니 이 얼마나 고단한 여정이었으랴
'워메워메 옛날에는 봇또리 바닥을 지날라치면 멀미까지 해서 난리였제라'
그녀가 말하는 '봇또리바닥'은 나로도와 여수 사이에 있는 바다의 이름으로 파도가 높기로 유명한 난바다이다.
모교인 '봉래초등학교' 교가 가사에 나오는 '우렁찬 태평양의 물결소리는 억만백사 굴리어 옥을 만들고'라는 바다가 바로 여수에서 물길로 오는 도중에 만나는 '봇또리 바닥/동바닥'이라고 부르는 바다이다.
한반도의 남해안에서 태평양의 거대한 대양과 막힘없이 트여있는 곳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이곳이 그중에 하나로 파도가 태평양으로부터 막힘없이 그대로 닿는 곳이다. 그런 이유로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기지가 나로도에 들어선 이유이기도 했으리라.
해서 여객선으로 여수에서 나로도까지 오는 이 물목에서 대부분의 승객들은 멀미를 하게 되고 원체 파도가 굼실대는 날이 많고 파도가 높으니 나로도나 거문도에 사는 사람일지라도 이 해역을 지나면서 멀미를 하게 되는 구간이었다.
'징하고도 징한 봇또리 바닥/바다'이었제라.'
그녀가 다시 포대를 나에게 끌어달라고 하면서 몸서리를 쳤다. 멀고도 징한 '봇또리 바닥'에서 멀미를 하던 때를 떠올린 모양이었다.
'얼마나 좋소 인자는 손님들이 여기까지 오셔서 구경도 하시고 뭐라도 사가니 아짐찮제'
'봇또리 바닥'의 그 험한 파도를 건너서 나로도로 오셔서 여기저기 둘러보시고 다시 도선을 타고 쑥섬으로 탐방하러 오시는 탐방객들께 고마운 인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라는 거였다.
고흥까지 오는 남도길도 머나먼 길을 지나 다시 고흥에서 구렁길 국도를 타고 나로도까지 와서 둘러보는 여정에서 이미 파김치가 되었을 고단한 심신으로 다시 쑥섬으로 들어오시는 탐방객들에게 고개를 숙여서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워메워메 얼마나 감사하고 아짐찮소'
나로도와 쑥섬에 사는 모든 주민들과 함께 오는 손님들에게 따뜻하게 맞이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라고도 했다..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제라, 아짐찮제라.'
'오메오메'
오메오메
여어가 어디라고 오셨으께라
전남 민간정원 1호
소문 듣고 오셨으께라
여수서 물길로 오셨다요?
배멀미 머나먼 남쪽바다
봇또리바닥 건너 동바다
거친 파도 헤치고
고흥서 뭍길로 오셨다요?
길고도 험한 국도길
넘어 너머
여가 어디라고 여까지 오셨다요
나라섬* 건너 볼품없던 섬 하나
오다가다 건네다만 보고
그냥 대처 올라만 가던 섬
머시라고 볼 것이 있다고
여까지 아침찮게 오셨으께라
워메워메
*나라섬 : 나로도의 다른 이름
출처 : 명재신 제4시집 '쑥섬이야기' 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