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한 자의 도움 없이 직선을 반듯하게 긋는 것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무턱대고 노트에 펜을 대면 우선 못난 손이 안절부절을 못한다. 수전증에 걸린 손마냥 긴장감에 바들바들...그 상태로 소심하게 펜을 움직이면 지렁이가 꾸물대는 것처럼 엉망이다. 너무 소심했나? 다시한번 숨을 내쉬고 스윽....역시 소심한 겁쟁이는 한순간에 바뀌지 않는다.
별생각 없이 주욱 그으면 애매한 선이 되고 의도하고 그으면 마음이 먼저 움직여 손을 겁쟁이 취급한다. 손을 안정시키려 숨을 후후... 어느순간 머릿속 한구석이 저릿해진다. 나만 이런건가? 안정을 찾아가던 손은 순간 찌릿한 통증에 다시 어수선해지고 어찌할바를 모른다. 그리고 다시 바들바들...
손끝으로, 몸으로 하는데 왜 마음을 가라앉혀야 하는지 얼마전에야 인식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글쎄. 지식이 있다해서 그 모든걸 일상에 이용하지 않으니까. 무언가를 할 때 먼저 몸이 나대는 삶을 살아왔는데, 그러다 많이 자빠졌는데. 무릎과 팔꿈치에 남아있는 불퉁한 상흔이 아직도 선명하다. 미숙한 객기와 혈기로 온전한 선을 긋기는 힘들다. 그래. 힘이 든다. 미련하게 계속 긋다보면 될 것 같지만 안된다. 물론 우연히, 아주 가끔 그럴듯한 직선이 수많은 선들 사이에 빼꼼할 수 있지만 그건 성공이 아니다. 단지 우연의 산물일뿐 내 의지가 부재된 선이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아니 거기까지 말고, 저기까지. 거기까지 그으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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