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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우 Oct 20. 2023

알리오올리오

“저는 알리오올리오요.”


 오늘도 나는 말한다. 메뉴판을 보지도 않은 채.

 그런 흔한 메뉴가 이런 식당에 없을 리 없으니까.


“결정이 빠르시네요.” 남자가 놀란 듯 웃는다. “오일 파스타 자주 드시나 봐요.”


 가볍게 올라간 그의 왼쪽 입꼬리에 잠시 시선을 빼앗긴다.

 너가 자주 짓던 그 웃음이다. 흔해 빠진 웃음이기에 놀랄 일은 아니지만.


“지금은 아니고 옛날에요. 누가 자주 해줬어서.”

“오, 저도 알리오올리오 집에서 가끔 해 먹는데. 파스타 중에선 그게 제일 쉽잖아요.” 

“네, 쉽죠. 재료도 흔하구요.”


 올리브 오일에 던져 넣은 마늘 몇 톨, 거기에 몇 분 간 볶아낸 면. 그 단순하기 그지없는 요리를 너는 몇 번이고 내게 해주고는 했다. 분위기 있는 게 뭔지 보여주겠다면서.

 그 파스타가 분위기를 오히려 흔하게 만들었다는 걸 너는 알기나 할까.


 이내 음식이 나오면 내 앞에 앉은 낯선 남자와 대화를 시작한다. 집은 어딘지, 못 먹는 음식은 있는지, 좋아하는 영화는 뭔지. 언젠가 너와 모두 나누었던 뻔하디 뻔한 주제와 멘트들이다.

 물론 너와는 나누지 않은 대화를 찾는 게 더 빠를 것이다.


 할 말이 동이 나자 곧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는다. 하긴 슬슬 그럴 때가 되긴 했다.

 침묵에 핑계를 대보려 주문한 파스타를 입에 밀어 넣는다. 익숙한 마늘향이 혀를 타고 코를 찌른다.

 이 감각이 느껴질 때쯤 고개를 들면, 의기양양하게 나를 보는 그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맛있느냐고 묻는 그 음성에 나는 입안 가득 파스타를 문 채 고개만 끄덕이면 됐었는데,

 이제는 네가 아닌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맛있느냐고 내게 묻고 있다. 너가 짓던 그 웃음을 지은 채로.

 무언가 흘러넘치기 전에 나는 마늘향을 꿀떡 삼켜버린다.


 오늘은 너와 헤어지고 나서 하는 일곱 번째 소개팅.

 오늘도 너는 여전히 참 흔하다. 이 세상 모든 것에서 너가 느껴질 만큼.


 질린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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