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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과사색 Jul 06. 2022

현실이 괴로울 때 나를 돕는 방법: 근본적 수용

괴로운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그대를 위한 '근본적 수용' 

근본적 수용 (Radical Acceptance)


    근본적 수용의 개념   

근본적 수용이란, 내 통제 밖의 상황들을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하며, 그럼으로써 그 상황에서 오는 고통들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태도이다. (Reference: Hall, K. (2012). Radical Acceptance

고통스러운 마음을 극복할 수 있는 핵심은, 힘든 과거의 상황에서 최대한 분리되어 떨어져 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힘든 일이 있었던 과거에 머물러 살면서 그 고통을 현재까지 연장시키곤 한다. 과거에서 분리되어 나오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하지만 분리되라는 말이 감정까지 억제하거나 외면하라는 뜻은 아니다.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상황 자체가 주는 아픔보다 필요 이상으로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의 생각과 감정을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힘든 상황’ 자체가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의지를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 중 하나는 근본적인 수용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용이 ‘난 이런 일을 당할 만 해’ 라면서 세상이 내게 주는 아픔에 함께 ‘동조’하거나,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도 괜찮고 마땅하다’며 ‘승인’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저 현재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인정하며, 감정적인 소모를 최대한 줄이고 고통스러운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도와야 한다는 말이다. 힘든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분리하고,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들에 더 집중함으로써 자신을 더 잘 돌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나를 소모할 뿐인 부정적인 감정들에서 빠져나와야만 변화를 위한 해결책이나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즉 감정과 이성이 균형을 잘 이뤄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잘 다뤄내야만 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동을 취할 수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근본적 수용’이라는 것은 상황을 판단하거나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야만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용서’와 ‘수용’을 같은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이 두 개념은 매우 다르다. 용서는 상대방을 향한 친절한 행위인 반면, 수용은 자신을 향한 친절함을 베푸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근본적 수용을 언제 적용해야 하나?   

근본적 수용은 내가 고치거나 바꿀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을 때, 혹은 부당한 일을 겪었다고 느낄 때 적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직장을 잃거나, 내가 원하지도 않았고 통제할 수도 없는 일이 발생했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라며 억울하고 부당하다는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슬픔과 실망은 정상적인 감정 반응이지만, ‘고통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다르다. 고통은 현실을 수용하지 않고 아픔이 오랫동안 지속되었을 때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근본적 수용을 연습한다면 슬픔이 고통으로 변하지 않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혼이나 이별을 경험하면서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을 때   

인생에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경험할 때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직장을 잃었을 때   

내 통제 밖의 트라우마를 겪었을 때   

어린 시절 학대나 방임을 당했을 때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더 큰 고통을 일으킬 때   

부정적인 사건에서 벗어 나올 수 없다고 느낄 때   

과거를 놓지 못할 때   

문제를 해결하거나 발전시킬 가능성이 없다고 느낄 때   

고통을 줄이기 위해 다른 방법들을 시도했지만 아무 소용없었을 때   


근본적 수용의 예시



    나는 수용을 하고 있나? 수용을 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신호들은 무엇인가?   

부정적인 상황에서 슬픔이나 분노를 느끼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자신 혹을 남을 비난하거나, 그저 상황이 달라지길 바라는 것은 수용이 부족하다는 신호이다. 이러한 태도는 자신을 더욱 소모시킬 뿐이며 상황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밑의 예시는 수용을 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생각의 패턴들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근본적 수용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     


“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인생이 너무 불공평해.”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생긴 거야? 왜 하필 나야? 왜 하필 지금이야?”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길래 이러는 거야? 모든 불운은 다 나에게만 오는 것 같아.”   

“나에게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난 다시 괜찮아질 수 없을 거야. 난 평생 이 문제로 괴로워할 거야.”

“애초부터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면 안 되는 거였어.”   



     왜 수용을 하지 못하는가?   

‘수용’의 개념을 나에게 오는 힘든 상황들에 대해 ‘동조’ 하거나 ‘동의’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현실을 진정으로 인지하거나 수용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일들이 나에게 일어나도 괜찮다’ 고 생각하라는 뜻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수용을 기피한다. 적나라한 현실과 고통을 직면하게 될까 봐 두려워서이다. 이유가 어떻든 간에, 현실을 부정하고 기피하는 태도는 장기적으로 불안, 초조, 중독, 혹은 다른 정신 건강 문제들을 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침착한 마음으로 근본적 수용을 연습해서 해로운 감정들을 잘 처리해야 하며, 문제 상황에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어야 한다.    



     근본적 수용을 어떻게 연습해야 하나?   

근본적 수용은 연습하면 체득할 수 있는 스킬이며, 더 많이 연습할수록 더 잘하게 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없거나, 문제 상황에 대한 나의 인식을 바꿀 수 없다면, 근본적 수용이 좋은 해결책일 수 있다. 연습 방법은 다음과 같다.   


극단적으로 감정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면, 일단 호흡에 집중한다. 호흡을 깊게 들이마시고 깊게 내쉬면서, 현재 하고 있는 생각들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면밀히 살펴본다. 혹은 생각들이 그냥 나를 지나치도록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가진단을 한다. 본인이 현실을 부정하거나 기피하는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한다. 위에서 소개된 ‘수용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신호들’을 참고하여 대략적인 자가진단을 한다.    

내 힘으로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 있다면, 지금의 문제, 현재 상황,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상기시켜 준다.    

수용을 해보려고 최대한 시도한다.   

내 안에서 드는 자연스러운 감정들을 그대로 인지한다.   

아픔과 고통을 겪을 때에도 나의 인생은 여전히 가치 있음을 받아들인다.    

이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계획한다.   

위로와 도움이 되는 나만의 Coping statements를 만든다.   

내가 바라는 상황이 아닌 지금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내 통제 안의 일과 통제 밖의 일을 알고 이해한다.   

Mindfulness를 연습한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사는 것을 연습한다.    

내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본다.   

자신을 ‘이 상황에 처한 사람’이 아니라, ‘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내게 떠오르는 생각들 중에서 무엇이 사실이고 현실인지, 무엇이 두려움과 쓸데없는 걱정들인지를 분간한다.   

현재 상황을 내 힘으로 통제하거나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린다.   

실수도 할 수 있으며 불완전해도 된다고 스스로를 허락한다.   

상황을 ‘좋다’ 혹은 ‘나쁘다’로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습관을 버린다.   

‘그때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에서 벗어난다.   

일기를 쓰거나 자기 성찰을 하면서 현재 느끼는 감정들을 더 이해한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그것은 사실이 아닌 ‘부정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인지한다.   



     Coping Statements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거나 용기를 얻고 싶을 때, 즉 근본적 수용을 연습하고 싶을 때 되뇌면 유용한 문장들이다.    

“나는 오로지 현재 이 순간만 컨트롤할 수 있다.”   

“걱정들과 부정적인 감정들에 맞서 싸우는 것은 그 감정들이 더 커지도록 연료를 붓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 발생한 일은 내가 원치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이것이 내게 발생한 일이다.”   

“과거에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다.”   

“나는 현재 순간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힘들더라도 결국엔 극복해낼 수 있다.”   

“과거에 발생한 일들을 부정하고 거부하는 것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비록 힘들더라도 나는 결국엔 이겨낼 것이며, 힘든 감정들도 차츰 사라질 것이다.”   

“불안하고 슬픈 감정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나는 이 상황을 잘 헤쳐나갈 수 있다.”   

“계속 현실만 부정한다면, 해결책을 생각해낼 수 없다.”   

“내가 바라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행복해질 수 있다.”   

“슬프고 화가 나지만, 이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내게 닥쳤는지 이해는 할 수 없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선택들을 할 수 있다.”   

“내게 일어난 일들을 계속 부정하고 비난하는 것보다는, 적절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 훨씬 낫다.”   

“현실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수용하지 말아야 할 때도 있다   

근본적 수용을 모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적절할 때가 있다. 바로 수용이 아닌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그 예들은 다음과 같다.   

폭력적인 관계에 있을 때   

직장에서 위험한 상황에 있을 때   

직장에서 추행을 당할 때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하거나, 노동력을 착취당하거나, 부당한 임금을 받을 때   

누군가에게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존중받지 못할 때   

현재 상황에서 번아웃을 경험하거나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때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 있을 때   

발전을 위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때   

두려움 때문에 일부러 행동에 옮기지 않을 때   

근본적 수용을 현실에 안주하기 위한 도구로 삼고 있을 때   

나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만족을 위해서만 살 때   



     궁극적인 목적   

근본적 수용은 수동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며 수용할 수 있는 것들을 적극적이고 의도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이것의 궁극적인 목적은, 꾸준한 연습을 통하여 현재 상황에서 내게 주어진 여러 선택지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만성적인 질환을 가진 환자가 수용하는 태도로 상황을 바라본다면, 인생에서 본인을 행복할 수 있게 해주는 다른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되고, 인생은 여전히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길 수 있게 된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 역시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죽게 된다면, 그 죽음이 가지는 부당함과 인생의 불공정성에 대해 몰두하고 한탄하기 쉽다. 하지만 수용하는 태도를 가진다면, 슬픈 감정을 잘 다루어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즉, 감정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닌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고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에 몰두하는 것이 근본적 수용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참고: https://www.verywellmind.com/what-is-radical-acceptance-51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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