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진 Mar 05. 2024

청무피사, 그들의 언어를 배우다

당신은 부동산 고수입니까?

청무피사 : 청약은 무슨, P 주고 사!


부동산에 관심이 없더라도 무조건 한 번쯤은 들어봤으리라 생각하는 단어이다. 청약 경쟁률이 활활 타오르 때, 청약은 그냥 포기하고 프리미엄(웃돈)을 주고 사라는 의미로 유행하던 말이다.


지금이야 일부 지역을 제외한 모든 곳이 비규제지역이 되어 추첨 물량이 늘어났지만, 얼마 전까지도 서울은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역으로 묶여 있어 추첨으로 배정되는 물량이 거의 없었다. 가점제로 당첨자를 뽑다 보니 가점이 낮은 청년층은 당첨될 가능성이 없었고, 이런 현실을 희화화하여 유행한 말이 바로 '청무피사'인 것이다.


2020년은 부동산과 관련된 약어들이 참 많이 만들어지고 유행하던 해였다. 경제용어로 경제뉴스에서도 다뤄졌을 정도이니 당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어땠는지는 추가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비밀의 방에 입성한 나 또한 그들의 대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약어를 포함한 그들의 언어가 의미하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 편이 훨씬 유리했다. 간단한 이야기에서도 투자 관련 약어나 은유적인 표현이 자주 사용되었기 때문인데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OOOO 덕분에 쪽파 한 단 벌었네요


쪽파...??


갑자기 부동산 투자방에서 웬 쪽파란 말인가. 궁금하여 검색 기능을 통해 그간의 대화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니 쪽파뿐만 아니라 대파도 여러 번 언급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쪽파와 대파라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알고 보니 쪽파와 대파는 분양권 거래에서 프리미엄을 이야기할 때 은어처럼 사용하던 표현이었는데 쪽파는 1000만 원 단위, 대파는 1억 단위를 의미한다. 즉 쪽파 한 단 벌었다는 말은 분양권 매도를 통해 1000만 원은 벌었다는 뜻이다. 


분양권 거래를 할 때 분양가 대비 얼마가 올랐는지를 노골적으로 이야기하기 그러니 이런 상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듯했다.


그들의 언어를 통해 내가 배운 것


이렇게 나는 그들의 언어를 하나하나 배우게 되었다. '배운다'고 표현했지만, 돌이켜보면 이는 공부의 영역이라기 보단 경험의 영역이었다. 


계속 투자와 관련된 정보를 접하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결과였다.


내가 알게 된 것은 그저 단어 하나가 아니었다. 당시 유행하는 투자의 흐름, 분위기, 부동산을 통해 사람들이 돈 버는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알 수 있게 됐다. 


언어는 문화를 반영한다. 특정 약어가 만들어지고 유행한다는 것은 지금 그와 관련된 투자가 핫하다는 것의 증거인 셈이다. 즉, 그만큼 그곳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나는 부동산 투자에 입문하게 됐고, 그들의 언어는 나의 언어가 되었다. 우물을 나와 본 세상은 그간 내가 알아왔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특히 서울이라는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바뀌게 됐다. 강북과 강남을 잇는 한강 다리 조차도.


당시 재미로 해보던 부동산 테스트 중 일부를 가져와봤다. 재미로 해보면 좋겠다.


1. 금관구

2. 아리팍

3. 초코아

4. 추분

5. 모하


이전 02화 뇌구조를 바꾸고 싶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